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21세기 선진 일류 국가 도약을 위한 기초연구 역량에 기반을 둔 창의적 국가성장 전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질된 사업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질된 사업, 재정립 절실=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벨트 조성사업의 세부 추진계획 마련을 위한 기획연구과제 공고를 내면서 국내 입지여건 조사 및 입지 선정기준을 제시토록 해 이명박 정부의 충청권 핵심공약사업이 전국 공모사업으로 변질됐다.
또 과학벨트 입지 발표 내용에는 특별법에 없었던 '연합 캠퍼스'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 입지 선정 탈락지역인 대구·경북·울산의 'DUP연합캠퍼스'와 광주의 'GIST 캠퍼스' 구축으로 예산을 배정, '연구비 나눠먹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캠퍼스 연합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단이 선정된 DUP연합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항공대, 울산과학기술대 등 3곳에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연 700억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과학벨트가 초기부터 정치권 입김이 작용돼 당초 가졌던 '기초과학 육성'보다는 힘센 지역의 연구비 독식으로 변질, 추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전 STEPI 대외정책실장)는 “현재 벨트사업의 범위와 세부내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또 사업의 예산이나 일정과 아울러 구체적 사업내용에 대한 점검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학은 과학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그동안의 경험을 습득한 것처럼, 벨트사업의 추진에 있어 문화와 비즈니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포함돼야 한다”며 “설계 단계부터 '과학의 성과를 어떻게 문화와 비즈니스를 연계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대전유성)의원은 “과학벨트의 핵심 사업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구축이지만 지금은 연구단 선정이 주요 사업으로 변질된 사항”이라며 “이로인해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대덕과 기능지구인 천안·청원·세종에 배분되는 예산은 부지매입비 또는 건설비를 제외하고는 실제 예산은 거의 제로인 상태로 대구, 울산, 경북 지역 연구단 지원비 사업으로 전락됐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동반자 관계 절실=연구단 선정 절차 개선과 1조 5000여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을 둘러싼 학계와의 동반자 관계 정립도 중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IBS는 지난해 7월 마감된 제5차 연구단장 모집에 120여명 가운데 최종 3명을 조만간 선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26일 'IBS연구단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남원우 이화여대 교수는 “연구단장 선정과정에 학맥, 인맥, 지연 등이 작용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고 연구단장 선정의 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구축 및 활용연구 체계 개편안을 발표, 기존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을 건설구축사업단(건설구축사업단)과 활용연구단(연구단)으로 병행 설치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아 학계의 반발을 샀다.
관련학회는 당시 발표한 미래부의 중이온가속기 체계 개편안이 과학벨트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본원 연구단 15개 가운데 3개를 두는 것으로 새로운 사항이 전혀 아니다는 주장을 냈다.
과학벨트의 핵심 사업들이 관련 학계의 지지보다는 반감을 사고 있는 셈이다. 결국, 관련 학계와 소통없이는 과학벨트의 추동력을 가질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에 대규모의 재원 투입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감안, 차기 정권에서도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 한 인사는 “과학벨트가 기초과학연구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정치적 셈범으로 진행되다보니 추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며 “과학벨트 사업은 다음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과학벨트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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