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급식에 차질이 생긴 홍성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한 도시락과 대체급식으로 나온 와플과 떡, 음료수 등을 먹고 있다. 내포=박갑순 기자 photopgs@ |
20일 오전 충남의 A초등학교. 하교시간도, 회의 등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학부모 20여 명이 교정을 서성였다. 저마다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도시락이다. 간만에 싸주는,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가 등교하기 전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이었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노동자 10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한 이날 일부 아이들은 엄마표 도시락을, 일부는 학교에서 저마다 준비한 빵과 떡, 와플, 우유, 음료, 업체 도시락 등 대체급식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흥미롭다는 듯 밝았다. 간만에 '실력발휘'한 엄마의 진수성찬 도시락에 낯설어 하고, 좋아하는 와플과 음료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매일 줄서 먹던 급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다만 식사 후 운동장을 뛰어놀던 아이들은 빵을 더 먹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학교가 이날 준비한 것은 우리밀 단팥 와플, 방울 증편, OO리스 150짜리 음료였다. 2485원 상당의 식단이다.
학부모들은 간만에 '짜증'이 났다. 아이들이 배곯지 않는다는 안심에 직장생활을 이어왔지만 최근 '직원들의 파업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문자를 받고 가슴이 철렁한 것이다.
이 학교는 1300여 명의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던 분들의 이틀간 일탈로 인해 260여 명의 학생들이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등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파업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교육청 직원도 아닌 아이들의 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사는 “이틀이기에 학부모 등이 포함된 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도시락, 빵 등으로 대체하는 등 큰 탈이 없지만, 장기 파업시에는 단축수업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파업에 돌입한 전국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은 급식비 13만원지급, 근속수당 상한폐지, 방학중 임금지급, 전직종 처우개선 수당지급 등을 요구하는 상태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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