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
“자녀가 있으면 괴롭고, 자녀가 없으면 외롭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자녀가 있으면 외롭지 않고, 자녀가 없으면 괴롭지 않다는 말이 된다. 처가에 더 머물고 싶은 사위는 더 있으라는 뜻으로 '이슬비'가 온다고 생각하고, 사위가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는 장모는 빨리 가라는 뜻으로 '가랑비'가 온다고 생각한다. 객관적 비(雨)를 주관적 비(雨)로 바꾸어보면 이렇게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남편이 가장 중요한 3대 '금'은 “황금, 소금, 지금”이라고 말하니까 아내는 틀렸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중요한 3대 '금'은 “현금, 지금, 입금”이라고 말했단다. 목회자가 말하는 '사랑'과 평신도가 이해하는 '사랑'이 다를 수 있고, 사용자가 말하는 '직장윤리'와 노동자가 말하는 '직장윤리'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많이 다르다.
그렇다면 사실이나 상황(fact)이 20%, 그에 대한 인식과 반응이 80%를 좌우한다는 말이 이해될 수 있다. 같은 물체라도 옆에서 보는 측면도(側), 밑에서 보는 평면도(平), 위에서 보는 입면도(立)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생활에서도 감사할 조건을 구체적으로 찾아보도록 하자. ①10대 자녀가 반항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안에 잘 있다는 뜻이다. ②납부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좋은 직장이 있다는 뜻이다. ③파티를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다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다. ④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뜻이다.
⑤깎아야 할 잔디, 닦아야 할 유리창, 고쳐야 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것이다. ⑥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 ⑦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 데다 차(車)까지 갖고 있다는 증거다. ⑧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⑨교회에서 뒷자리 아줌마의 엉터리 찬송이 영 마음에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는 예민한 청력이 있다는 증거다. ⑩세탁하고 다림질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면, 그건 나에게 입을 옷이 많다는 증거다.
⑪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 ⑫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잠이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⑬이메일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면, 그건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제 감사가 지극히 주관적인 특별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도하는 삶을 가꾸어 어떤 상황, 어떤 경우라도 감사할 특권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온도계처럼 기온에 수동적 반응을 보이지 말고, 에어컨처럼 밖의 기온을 통제·조정하기 바란다.
그럼 이제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안을 소개해보겠다.
ⓐ겉절이 인생이 아니라 묵은 김치 인생을 살자. ⓑ99도 사랑이 아니라 100도의 사랑을 하자. ⓒ계란 프라이 인생이 아니라 병아리를 생산하는 생명 달걀로 살자. ⓓ항상 찡그리는 인상파로 살지 말고 항상 웃음 짓는 미소파로 살자. ⓔ돌팔매질을 당하면 그 돌을 받아 성(城)을 쌓으라는 말이 있다.
한 번 넘어지면 누가 도와줘야 뒤집어지는 거북이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7번 넘어지면 8번 일어나는 오뚝이 인생으로 살자. ⓕ사막을 건너는 건 용맹한 사자가 아니라 못생긴 낙타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고 못 배운 자식이 부모를 모신다. 식탁을 가꾸는 것은 고래가 아니라 새우다.
ⓖ종업원이 아닌 매니저로 살자. 종업원은 시키는 일만 하지만 매니저는 일을 찾아서 한다. ⓗ세상에서의 성공보다 먼저 가정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자. 가정은 사람의 기업이고 특히 자녀는 벤처기업이기도 하니까.
결론을 말하겠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그리고 “국자는 늘 국물 속에 있어도 국 맛을 모른다” 이 두 마디를 깊이 생각해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