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균 특허청 특허심사2국장 |
지난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타미플루의 수요가 증가하여, 올 1월에만 약 2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였다.
타미플루는 미국 길리어드 제약사가 처음 개발하였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 김정은 박사의 주도로 개발에 성공한 이 제약 기술은 400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에 이전되었다. 그 덕분에 로슈는 한 해 매출액 3조2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20위권 제약사로 성큼 올라섰다.
작은 알약에 불과한 타미플루가 이처럼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특허라는 무기가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허는 개발된 신약에 대해서 20년 간(최장 5년까지 연장가능) 배타적 독점권을 보장해 주는 시장보호 장치이다. 특허권 존속기간 동안에는 대체제가 없는 상품을 혼자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신약일 경우, 특허라는 날개를 달면 대박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허제도는 본래 지식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기술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지만, 고도의 산업 사회화된 오늘날에는 기업들이 저마다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쟁 기업에 대해 법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특허 괴물'이라고 일컬어지는 특허사냥(소송) 전문기업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특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하겠다.
세계 제약시장은 2012년 현재 1000조원을 넘어선 규모이고, 2017년에는 1400조원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한국 기업이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래 국부창출의 블루 오션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제약산업에서, 국내 업계의 위상은 아직 제약 선진국과는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이 2003년까지 항생제 1개 품목에서, 2014년 허가 또는 임상 단계에 이른 10여 개 품목으로 미국 제약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면, 한국 제약산업이 그간 기술 면에서 장족의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앞서 강조했듯이, 개발된 신약을 경쟁 기업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특허 경쟁력 강화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신기술이라고 해도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면, 가치 창출은 물거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기업은 몇몇 매출 상위 기업을 제외하고는 특허 관리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 제약기업이 R&D 투자 확대와 더불어,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허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우리 손으로 타미플루와 같이 작지만 강한 신약을 개발하여 세계 시장을 석권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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