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갈대와 억새,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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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갈대와 억새, 그리고 교육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 승인 2014-11-16 12:59
  • 신문게재 2014-11-17 18면
  • 김지철 충남도교육감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쉽게 눈에 띄는 게 있다. 길을 나서다 보면 곳곳에 긴 몸을 세우고 흔들며 인사를 하는 것들이 있다. 억새와 갈대다. 대개 억새가 눈에 많이 들어오지만, 억새를 보고 갈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억새와 갈대는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생김새가 다르고 느낌마저 다르다. 그렇다. 세상이 그렇고, 교육이 그렇다. 잘 아는 것 같지만, 정작 잘못 알고 있으며, 제대로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 '양화편'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에 얼굴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其猶正牆面而立也與)'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담장은 '집의 정면에 쌓은 담'을 가리키며, 장면(牆面)은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선 것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거나 잘 몰라 답답함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하는 답답함을 면하기 위해서 학문을 통해 '면장(免墻)'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또 “뭔가 알아야 이장(里長)이라도 하거나 뭔가 아는 게 있어야 동장(洞長)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많은 이들은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에서의 면장을 '면의 행정을 주관하는 우두머리인 면장(面長)'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아야 면장을 하지”에서의 면장은 '面長'이 아니라 '免墻'이다.

이렇듯이 우리 교육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우리는 흔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면서 이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독에 부은 물이 빠지지 않도록 밑을 튼튼하게 하고, 많은 물을 잘 담을 수 있도록 좋은 항아리를 빚는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이것만이 아니다. 밑 빠지지 않은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밑이 빠졌다고 하여 물을 붓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어쩌면 밑 빠진 독이기에 물을 더 부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 가운데에는 좋은 항아리의 밑처럼 바탕이 탄탄한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라 금이 가거나 밑이 빠진 것처럼 모자라고 뒤처진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이다.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더욱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육이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지원하는 것 역시 교육이다.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밑 빠진 독이기에 물을 더 부어야 한다는 생각, 이게 진정한 교육일 것이다. 못 배웠다고 얕잡아 보거나 못 산다고 함부로 대하는 세상은 잘못된 세상이다. 잘난 사람은 애초부터 잘나서가 아니라 못난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소중한 사람이다. 잘난 사람만 대접받는 세상이 아니라 못난 사람도 대접받는, 모두가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자는 게 참된 교육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학교혁신과 혁신학교를 통해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 모두가 즐겁게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과 출세에 찌든 아이들의 어두운 얼굴' 대신 우리 아이들이 '나눔과 행복이 가득한 해맑은 얼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혁신과 혁신학교는 우리 충남교육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충남교육 발전에는 너와 나가 따로 없다.

갈대와 억새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갈대를 억새라 하고, 억새를 갈대라 부르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 잘났다고 다투지 않고 갈대는 갈대대로, 억새는 억새대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세상을 보여주는 게 교육이고, 우리 충남교육이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어느새 겨울이다.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겨울에도 꽃은 핀다. 우리 충남교육이라는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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