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의정비

구본충 청양대학교 총장

▲구본충 청양대학교 총장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닫는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방자치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적게는 몇 백 명에서 많게는 천 만 명이 넘는 자치단체도 있다. 미국에는 8만 여개, 일본에는 1,788개, 그리고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는 375개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광역 17개 기초 228개를 합한 245개의 자치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주요의사를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핵심기관으로 지방의원을 구성원으로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들의 직접투표에 의하여 선출되며 과거에는 주로 지역의 경제력을 갖춘 명망 있는 인사가 주민의 대표자로 선출되어 주로 회기 중에 활동하였다. 주민의 대표자인 만큼 무보수 명예직으로 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식되어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의정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만을 지급하여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오면서 산업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행정의 영역이 확대되었고 교통통신의 발달에 따른 자치단체의 통폐합으로 규모도 확대되어 지방행정의 전문화가 요구되었다. 종전의 명망가 중심의 지방의원으로서는 이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어 전문지식을 갖춘 지방의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2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을 원칙으로 하였다. 회의 참석에 따른 일비나 여비 등 의정활동에 소요되는 실비만을 지급하여 왔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뒤에도 이러한 체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사의 지방의회 진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보수지급의 지급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06년부터 유급제로 전환하여 보수성격의 의정비를 지급하고 있다.

유급제를 도입하면서 자치단체별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의 소득수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인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의정비가 30% 이상 인상되어 비난 여론이 비등하였다. 따라서 2009년부터는 의정비 인상 시 안전행정부에서 재정력지수 등을 감안하여 자치단체별로 산정한 의정비산정기준액의 ±20%범위 내에서 주민의 여론조사 결과의 반영하도록 산정방식을 변경하였다. 그 결과 2009년 의정비가 10% 이상 인하된 이래 의정비 인상이 사실상 억제되어 왔다. 지난 7월 출범한 10대 의회부터는 지방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첫해에만 의정비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정비 인상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정치이다. 정책에 다양한 계층의 주민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각계각층의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지방의원이 선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지방의원에 진출하여 생계에 큰 지장 없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의정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의원의 의정비 수준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하면서 의정활동을 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방의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초의원은 연평균 가계소득이나 5인 이상 사업장의 민간평균임금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의 중간보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이후 인상률도 낮아 실제 구매력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상대적 격차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선출직 공무원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일본에서는 지방의원이 자치단체장이나 부단체장에 상응한 수준의 의정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10대 지방의회가 출범하였다. 시도의원 796명, 시군구의원 2,898명을 포함하여 3,694명이 지방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대 지방의회의 처음이자 마지막 의정비 인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의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에 비하면 지방의원의 의정비 지급에 소요되는 예산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방의원들이 실제로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품위유지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방의회를 도입한 만큼 지방의원들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주민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의정비를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