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나부코, 명품 오페라 모범답안 보여줘"

  • 문화
  • 공연/전시

"오페라 나부코, 명품 오페라 모범답안 보여줘"

  • 승인 2014-11-06 13:12
  • 신문게재 2014-11-07 16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오페라 나부코 리뷰-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음악평론가

▲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음악평론가
▲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음악평론가
10월 24일부터 사흘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나부코는 관객에게 인정받는 오페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범답안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다. 오페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긴 제작기간과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예술형식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오페라를 제작할 수는 있어도 누구나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오페라 나부코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전예술의전당과 고양문화재단의 협업으로 상연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이질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주요 배역을 오디션과 캐스팅을 통한 두 가지 방식으로 선발해 실력있는 음악가를 선택했고, 동시에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음악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았다.

대부분 캐스팅을 통해 검증된 스타 음악가를 기용하는 방식은 안전하지만 때론 안일한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음악은 안전한 선택이 언제나 작품에 최고의 예술성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성악가들은 첫째, 셋째 날에 선보였고 이들은 둘째 날보다 더욱 극에 적합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테너 서필은 극 중 비중이 작지만 호방한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고, 소프라노 오희진은 아비가일레가 처한 사랑에 실패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격정적인 마음을 절절히 드러냈다. 자카리야역을 맡은 베이스 손철호의 정확한 발음과 리듬은 오케스트라의 힘있는 반주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춘 품위있는 목소리로 전달됐다. 주요 배역 중에서도 특히 나부코역을 맡은 바리톤 이승왕은 바빌론 왕이 지닌 오만함과 광기, 회개를 통한 극적인 역할을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탁월하게 표현함으로써 이승왕의 나부코를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배역에 적합한 실력있는 성악가들의 선발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깨닫게 해준 실례가 될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지휘자 장윤성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고양시립합창단의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연주도 조화로운 오페라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오페라 나부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극과 뮤지컬 전문가인 김태형 연출가를 통해 균형잡힌 오페라 연출의 힘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나부코에서 보여준 음악과 극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논리적인 연출은 새삼 오페라가 음악과 극의 결합임을 일깨워준 신선한 시도였다.

흔히 오페라 전문가가 오페라를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는 열린 상징물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은 진부한 오페라가 아닌 감각있는 오페라 나부코의 탄생은 극과 음악의 조화를 꾀할 수 있었던 연출가의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아울러 조명과 무대 미술의 상징적 연출과 은은한 시적 표현 역시 나부코를 격조있고 세련된 오페라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따라서 2014년 명품 오페라 나부코의 탄생은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부여한 열린 제작방식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어느 것 하나 치우침없이 조화와 균형감각을 갖춘 오페라 작품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오페라, 관객이 누구나 보고 좋아하고 공감하는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다양한 음악적 조합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개성있는 해석과 미래지향적 열린 태도는 시종일관 나부코에서 보여준 상생과 화합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페라 나부코는 향후 오페라제작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는 좋은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싶은 관객들의 소망과도 일치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