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음악평론가 |
대전예술의전당과 고양문화재단의 협업으로 상연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이질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주요 배역을 오디션과 캐스팅을 통한 두 가지 방식으로 선발해 실력있는 음악가를 선택했고, 동시에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음악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았다.
대부분 캐스팅을 통해 검증된 스타 음악가를 기용하는 방식은 안전하지만 때론 안일한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음악은 안전한 선택이 언제나 작품에 최고의 예술성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성악가들은 첫째, 셋째 날에 선보였고 이들은 둘째 날보다 더욱 극에 적합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테너 서필은 극 중 비중이 작지만 호방한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고, 소프라노 오희진은 아비가일레가 처한 사랑에 실패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격정적인 마음을 절절히 드러냈다. 자카리야역을 맡은 베이스 손철호의 정확한 발음과 리듬은 오케스트라의 힘있는 반주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춘 품위있는 목소리로 전달됐다. 주요 배역 중에서도 특히 나부코역을 맡은 바리톤 이승왕은 바빌론 왕이 지닌 오만함과 광기, 회개를 통한 극적인 역할을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탁월하게 표현함으로써 이승왕의 나부코를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배역에 적합한 실력있는 성악가들의 선발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깨닫게 해준 실례가 될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지휘자 장윤성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고양시립합창단의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연주도 조화로운 오페라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오페라 나부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극과 뮤지컬 전문가인 김태형 연출가를 통해 균형잡힌 오페라 연출의 힘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나부코에서 보여준 음악과 극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논리적인 연출은 새삼 오페라가 음악과 극의 결합임을 일깨워준 신선한 시도였다.
흔히 오페라 전문가가 오페라를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는 열린 상징물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은 진부한 오페라가 아닌 감각있는 오페라 나부코의 탄생은 극과 음악의 조화를 꾀할 수 있었던 연출가의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아울러 조명과 무대 미술의 상징적 연출과 은은한 시적 표현 역시 나부코를 격조있고 세련된 오페라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따라서 2014년 명품 오페라 나부코의 탄생은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부여한 열린 제작방식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어느 것 하나 치우침없이 조화와 균형감각을 갖춘 오페라 작품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오페라, 관객이 누구나 보고 좋아하고 공감하는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다양한 음악적 조합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개성있는 해석과 미래지향적 열린 태도는 시종일관 나부코에서 보여준 상생과 화합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페라 나부코는 향후 오페라제작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는 좋은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싶은 관객들의 소망과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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