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하영 한밭대 총장 |
대개, 변화와 위기는 쌍둥이 형제처럼 함께 다닌다고 한다. 위기가 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고, 변화가 닥치면 위기가 왔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가에 자주 등장하는 변화와 위기라는 두 단어가 특히 지방대학에 있어서는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지방대학은 위급 상황이다. 누가 지방대학을 위한 봉수를 지키고 있는지, 피워 올린 봉수의 화두 수가 몇 개인지 조차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소비자 중심, 수요자 중심 교육의 전환 시점을 지나 신대학체제(新大學體制)로의 변화와 관련된 위기 신호가 이미 변방에 있는 봉수대에서 타오르고 있다. 지금은 3개쯤으로 보인다. 미래에는 첨단과학과 의료기술의 발전, 정보화 사회와 개인 주권의 강화, 세계 인구구조의 변화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대학교육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당장 닥친 일은 신인류 디지털 세대의 등장에 따른 개방형 온라인 강의 즉,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확산이다. 항시 동영상으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장소와 시간의 구애 없이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은 고정적인 학기와 캠퍼스가 소용없게 된다. 이런 변화가 가까운 미래대학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은 고교졸업생과 대학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 만성 재정난, 극심한 취업률 경쟁 등 생존에 급급하여 미래전략을 구상할 여력조차 없다. 총체적으로 우리나라 지방대학은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는 느끼는 사람에 따라 또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뭇 다르다. 봉수대의 횃불이나 연기의 숫자처럼 명확하게 읽기 어렵다. 분명히 위기와 변화는 쌍둥이가 아니다. 변화는 말 그대로 변화이고,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변화는 지금도 일어나는 순환이며 성장하는 모든 것은 생명 내지 그 본질을 이어가는 활동인 것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 몸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세포가 변화하지만, 우리는 단지 수년 전의 사진을 꺼내 볼 때나 그 변화를 확연하게 깨달을 뿐이다. 불과 하루 전, 한 달 전과 지금의 다름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사건들과 현상들을 보고도 어제와 오늘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돌연 변해버린 무엇을 보고 놀라서 위기라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드러난 변화만을 보고서 위기라 웅크리고 겁먹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사실 변화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이고, 몸짓이고, 공기이고,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변화의 비법이란 모든 에너지를 낡은 것에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쌓아가는 것에 소모하는 것이라”라고 하였다. 작금 대학에 일고 있는 물결은 전혀 새로운 판을 만들어 가는 변화일 뿐이지 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대학의 서열을 타파하고 새롭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도 이 변화를 기꺼이 맞이하기 위해 기본이 바로 서면 자연스럽게 길이 열린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즉 정직·책임·배려를 대학의 핵심 가치로 정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든든한 국립대학이 되고자 한다.
변화는 위기와 혼재하여 나타나기도 하지만, 바로 알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긍정의 기회이다. 분명 위기의 문제는 변화를 간과하지 않고 그 본질을 파악하려는 통찰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도 기본이 바로 서야 비로소 길이 열린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바야흐로 세월은 봉수가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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