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표 박수현 국회의원 보좌관 |
'기해봉사'의 내용은 매우 개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무병용(文武竝用)의 교육, 서민교육을 중시하는 몽재(蒙齋)의 설치, 양반 자제의 병역의무, 내수사(內需司) 재정의 국방비 활용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몽재의 설치는 이른바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되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양반 자제의 병역 의무의 주장 또한 매우 개혁적인 정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현실 문제의 해결책의 제시는 일종의 사회 개혁이며 국가 혁신을 주장한 것으로 조선 중엽에 나타난 획기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학은 덕치를 주장하며 도덕을 통한 정치를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인격 완성과 사회의 도덕화를 이상적인 목표로 추구한 것입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배층의 숭고한 도덕성이 전제되어야만 도덕적이 사회와 정치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며 통찰입니다. 이 도덕성이란 단지 세습적 지위인 군주가 겸비해야 될 중요한 덕목이며 지식인이며 유학자였던 계층에게는 군주의 권력에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전제이며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것입니다. 즉 군신 모두 도덕성이 구비되어야 자기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군주의 권력 집중과 독점이 가져오는 국가의 야만적 폭압이 얼마나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지 간파한 유가 지식인의 현실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의 시대였던 춘추전국 시기에 공자와 맹자는 당시 법가의 군주 전제주의적 국가론을 날카로운 비판하면서 지식인의 자율적 기능을 중시하고 군주 권력이 사유화되거나 절대화되는 것에 강력하게 저항하였습니다. 즉 유학자는 권력이 집중화되고 사유화되며 발생하는 비극적 현실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였습니다. 이는 지식인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국가의 타락과 억압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기 때문입니다. 초려 선생의 기해봉사에 나타난 개혁 사상은 바로 이러한 유가의 논리에 입각한 것입니다. 유학자이며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여 국가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을 때 강력한 혁신의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것은 권력이 가지는 질서 유지의 순기능이 그 효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권력의 안일함과 독단에 대한 비판과 혁신의 의지를 표출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세월호의 침몰을 보면서 국가적인 위기를 직감합니다. 여야 모두 혁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개혁과 혁신 나아가서는 국가의 개조도 말합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서 개혁과 혁신 및 개조가 이루어지는지 심히 걱정됩니다. 혹시 이런 일들이 홍보성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을지 염려됩니다. 여기서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지 않으면 그 권력은 우리를 억압할 것이고 우리의 주권은 무의미해 질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의 개혁과 권력의 견제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정신으로 우리의 권리가 권력에 의해 침탈당하지 않도록 주인의식을 가지고 개혁과 혁신의 길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서야겠습니다.
세종시의 중심에 자리한 초려 선생의 묘소가 성역화되어 초려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출범한 뜻과 세종시라는 도시의 의미 그리고 초려 선생의 개혁정신은 현재 한국 사회의 개혁과 혁신의 길에 매우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기호유학의 연구가 새롭게 진행된다고 하니 더욱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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