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R&D,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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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R&D,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품질ㆍ시험인증실장

  • 승인 2014-10-30 14:40
  • 신문게재 2014-10-31 17면
  • 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품질ㆍ시험인증실장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품질ㆍ시험인증실장
▲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품질ㆍ시험인증실장
▲장철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품질ㆍ시험인증실장
최근 언론보도 및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출연연 연구성과의 질적 수준이 투자규모에 비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축구가 그동안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을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듯이, 우리나라 R&D는 그 투자규모에 비해 원천기술 확보가 부족하고 실제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한 R&D의 질적 성과를 높이고 첨단 연구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매년 정부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과 정책 방향은 '더 많은 투자를 하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바탕을 기본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투자와 성과의 비례관계가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전혀 투자하지 않으면서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리는 만무하다.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며, R&D 인프라 구축을 위한 양적 투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넘어서면 투자와 질적 성과의 비례관계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2004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에서 R&D에 투자하는 비용과 실제 매출액 간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그 비례관계가 아무런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R&D 투자가 많아진다고 R&D로 인한 성과가 무조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R&D에도 양적 투자에 대한 한계효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R&D에 대한 양적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를 늘릴 필요 없다는 이분법적인 오판을 하기보다는 R&D 성과를 높이기 위해 투자의 개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R&D에도 질적인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구예산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큰 대형 연구과제를 수행하는가'의 생각에서, '연구를 어떻게 하는가', '연구 과정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즉, R&D에도 양(量)에서 질(質)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연구개발 품질 개념이다. 품질이라 하면 생산 공정에서 좋은 제품 생산을 위해 관리되고 제고되어야 하는 협의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 개념에서 제품 대신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기술로, 생산 공정 대신 연구개발 과정으로 대체하면 연구개발 품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을 잘 수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품질이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과정을 잘 수행해야 한다. 품질 분야의 대가인 데밍 박사는 '좋은 품질은 좋은 시스템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좋은 연구 성과는 좋은 연구수행 과정을 통해 나온다.

최근 많은 정부출연연에서 질적 패러다임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R&D과정의 품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연구단지 내 일부 정부출연연을 중심으로 R&D 품질 발전을 위한 협의회를 발족하여 상호 정보교류 및 공동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최근 개최된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이례적으로 R&D 수행과정을 표준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우리나라 R&D 패러다임을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과학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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