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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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은 '제51주년 저축의 날'이었다. 저축의 날은 국민의 저축 정신을 앙양하고, 저축ㆍ보험ㆍ증권 사업을 증진하기 위하여 1973년 대통령령으로 정한 날이다. 우리는 항상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과 그 생활이 변함없이 충실하게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오늘 하루하루의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동시에, 긴 여생 동안의 경제적 안정을 꾀해야 할 과제도 가지고 있다.
저축이란 '절약하여 모아두는 일 또는 그 돈 '이라고 사전에는 설명되어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쓰지 않고 남은 부분'을 저축이라고 한다. 누구든지 오늘만의 즐거움을 바란다거나 내일만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생활에서는 이야기 속의 '개미'나 '베짱이'의 그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의 방식을 겸비한 삶의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수입의 일부를 소비하고 나머지를 저축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반세기 전부터 우리는 범국민적으로 저축추진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그 결과, 1960년 9.0%에 불과하던 저축률이 1980년대 후반에는 40%수준까지 이르렀으며 이러한 저축 증대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소득수준이 급격히 향상된 가운데 국제시장이 개방되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소비성향 활성화됨에 따라냈사치낭비풍조가 확산되어 왔으며 저축률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외채가 급증하였고 기업부도도 잇달아 일어나 우리 경제는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부족이 심화되는 위기 상황에 처하여 IMF를 맞은 뼈아픈 교훈도 갖고 있다.
저축은 가계의 안정과 향상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의 성장 발전에도 긴요하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투자는 국가 전체의 저축이 많고 적음에 달려 있고 저축이 많으면 투자도 증가된다. 투자가 증가하면 생산이 늘어나고 국민 소득이 증가되어 경제가 성장한다. 반면, 국민들의 저축이 적으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부득이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외채 즉, 국가 간의 빚이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력은 그 나라가 얼마만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 생산능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기계 구입, 공장건설 등의 투자규모다. 그리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저축을 통해 조성된다. 즉, 개인이 금융기관에 저축한 자금은 기업에 공급되고 기업은 이 자금으로 기계, 공장 등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리게 된다. 따라서 일자리와 생산이 늘어나서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이는 다시 저축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발전 과정을 반복하게 되므로 결국 저축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바와 같이 저축이 등한시되고 사치 낭비 풍조가 확산되면 불필요한 소비재 수입이나 무분별한 해외여행에 귀중한 외화가 낭비됨에 따라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외채가 늘어나 나라경제의 자립기반이 위태롭게 된다.
저축은 개인이든 국가든 그 미래를 대비하는 필수적 요소다. 일을 통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으나 돈을 써야 하는 기간은 그 보다 길다. 일생에 몇 번은 평소 자신의 소득보다 몇 배 또는 몇 십 배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갑자기 퇴직하거나 목돈이 필요한 경우 틈틈이 저축하여 모아둔 돈이 없다면 매우 어려운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와 만약을 대비하여 저축한다면 그 곤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축은 한평생의 삶을 보다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오늘 퇴근길에는 큼지막한 돼지 한 마리를 사다가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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