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예술문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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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예술문화 공간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14-10-29 14:01
  • 신문게재 2014-10-30 17면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경험 속에서 새로운 혜안을 가질 수 있음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한다. 대전문화재단에서 구술채록사업을 가졌는데 거기 참여하면서 경험의 가치에 대해서 부분부분 정리해 보았다. 나름대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문화공간에 관한 소견을 제기해본다.

예술문화공간은 큰 갈래로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고, 운영주체별로 공영공간과 민영공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관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예술문화공간은 공공성을 가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운영은 공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활용의 극대화, 적합한 운영, 균형 있는 배치, 경영의 합리화 등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방향을 유도해주는 기능이 필요할 것이다. 대전의 예술문화 공간은 지역적으로 넘치는 곳이 있는가하면, 낯설 정도로 부족한 곳도 있다.

시설이 너무 많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곳은 활성화해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운영주체의 입장에서 가장 편한 방법은 방치하는 것이지만 이는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는 부당한 일이다. 구체적인 예로 갑천문화권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은 특히 공연공간이 밀집되어 있다. 문화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무빙쉘터, 엑스포아트홀, 과학문화회관, 국립중앙과학관,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KAIST대강당, 컨벤션센터, 무역전시관, 그리고 남문광장이나 갑천 둔치 외에도 많은 다목적 공간들이 밀집되어 있다.

민영 또는 사설공연시설도 공공성을 나름대로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연공간만 집중되면 르네상스가 일어나리란 기대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콘텐츠 개발이 더 중요하다. 공통적인 무대공연 이외에 공연장의 건립목적과 시설의 특성과 수요를 감안하여 특성화된 전문공연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유도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공연장은 연구단지 인재들의 정서함양과 문화 복지를 위해서 국고로 현지 주민의 토지를 공공용지 취득이란 수용방법으로 확보해서 지어진 것인데 자식 낳아서 버리는 부모처럼 끝까지 운영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빛으로 시민들은 바라보고 있다. 특히 무용인들의 공연장으로는 환상적이라 할만치 좋은 공연장이었다고 무용인들은 얘기한다.

주변의 공연장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통합적 조정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든 있을 터이지만 유기적인 역할을 하도록 잘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운영이 잘 안 되는 곳에 대한 대책도 강구되고 있을 터이지만 시민들의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행여 임시시설이 아닌 공연공간이 장기간 잠자거나 용도 폐기되는 극단적인 시대를 만든다면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예술 공연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지역민들에게 적합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문제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흔히 말한다. 공연예술을 맛볼 기회가 없어서 모르고 사는 지역 주민들도 있다. 주변에 공연장이 있어도 그 기능을 잘 몰라서 수요층이 형성되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시민회관, 가톨릭 문화회관, 호수돈여고 강당, 대전여중 강당같이 허술한 시설이 시민들에게 꿈같은 공연예술 감상의 장소로 활용될 시절도 있었다.

우송예술회관이 한동안 대전최고의 무대예술공간으로 활용되던 때도 있었다. 전 시민사회의 예술문화 복지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활용가능한 공간의 공익적 이용도를 높이려 한다면 답답해하는 시민들과의 소통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시예술 분야도 전통적인 수요가 있다. 대중적 정서와 교육적 실험의 장이 되어오던 전시관이 전문 전시공간보다 흥미 있는 공간일 수 있다.

더불어 예술관련 자료의 수집, 정리, 보존, 활용에 관한 문제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대전문화원 60년사 일부분야를 집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대전의 예술문화를 직ㆍ간접으로 관계하면서 살아온 지 어언 반세기 가까운데 엊그제 일 같이 생생하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행사 팸플릿이나 전시도록 등의 자료를 모두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환히 아는 사람이 아니고는 엄두를 내기조차 힘든 일일 것이다. 분야별로, 전문공간별로 센터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연에 관한 자료는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전시에 관한 자료는 시립미술관에서, 역사문화에 관한 자료에 대해서는 역사박물관과 시사편찬실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립대학의 관련학과에 위탁하거나 공개적 활동을 부여하는 등 역할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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