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 대덕대 총장 |
지난해 국가에서 공교육에 투자한 비용은 53조 3000억여 원인데 비해, 학부모들이 부담한 사교육비는 18조 5900원이라고 한다. 이는 전체 학생의 70%이상이 부담한 사교육비다. 심각하다. 사교육 없이 꿈을 키우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나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공교육을 강화, 그 질(質)을 대폭으로 높이는 것이 진부하지만 변함없는 최상의 답이다. 갈수록 다변화 되는 사회에서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촘촘하게 구성ㆍ개발하고 능동적으로 운영해야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그에 따른 기자재를 비롯한 '교수학습활동지원'을 위한 예산이 아낌없이 투자되는 것이 순리다. 교육도 경제활동과 별 다름이 없이 투자가 우선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절대적으로 증액되어야 할 교육과정 개발 및 맞춤형 운영비 37%, 양질의 수업을 위한 연구 지원비 28%, 학력을 평가하기 위한 경비 28%가 삭감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늘 강조되어오든 외국어 교육을 위한 투자비도 9%나 줄였다. 더 말해 무엇 하랴. 다른 것은 몰라도 교육과정의 개발ㆍ보급은 역동적 이어야 하고 충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본질과 기본이기에 순위를 뒤로 하거나 줄여서는 안 된다.
한때 '19C 교실에서 20C 선생님이 21C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을 가르친다' 며 현장 변화를 독려한 적이 있다. 콩나물 교실과 재래식 화장실로 대변되는 낡은 학교 시설과 칠판과 백묵에 의존하는 교수-학습으로는 정보화 와 세계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차별화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는 미래 국가경쟁력과 관계된 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가운데 학교 시설의 현대화, PC를 비롯한 첨단기자재 보급, 학급당 인원수 감축 등을 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중단 없이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가계소득에 상관없이 전 계층을 지원하는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 보편적인 무상복지로 선거 쟁점을 주도한 결과 현장교육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얼음장 같고 찜통 같은 교실, 낡은 화장실, 비가 새들어오는 창틀 등 기본적인 환경 시설 개선은 고사하고 '재난 위험 시설'로 분류하고도 수년째 손을 대지 못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뿐인가. 내구연한이 훨씬 지나 20년이 넘는 기계로 실습을 받는가 하면 수업을 위해 자비로 노트북을 구입하는 일도 있고 참다못한 학생들이 부품을 갈아 끼워 쓴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교육과정, 시설에 이어 교원에 관한 문제도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도가 지나치다. 명예퇴직을 신청해도 바늘구멍이다. 그러니 열정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예비 교사들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하고 마음 떠난 이 는 날짜만 보고 있는 꼴이다. 참으로 악순환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무상타령을 계속 할 텐가. 무상으로 더 이상 교육을 멍들게 해서는 안 된다.
무상복지에 밀려 기초생활 수급자, 차 상위 계층, 한 부모 학생 등 소외 계층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조차 축소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3년 새 학비지원 24.4%, 교육복지우선사업비 20.8%, 정보화 지원 0.8% 감액조치 해놓고 “더 이상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책임 질 수 없다” 는 교육감들에게 유무형의 압력이다. 교육감들도 자초한 부분이 있으나 한정된 교육 예산을 어디에 먼저 쓰는 것이 교육적으로 우선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보편적 교육복지'보다 '맞춤형 교육복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에서는 국가장학금 대상자를 정할 때'소득 10분위별 가계수지'를 활용한다. 소득 9분위(환산소득) 6931만원 초과자는 제외하고 소득 분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한정된 예산 때문이다. 학모들에게 호소해 보라.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쾌적한 환경 개선에, 우수한 교원 확보에 더 투자를 해야 하고 저소득층 맞춤형 교육이 필요함을. '지방교육채'와 '민간투자사업(BTR)'으로 진 빚이 예산대비 26.8%나 되는 것을 공론화 시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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