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재 부여여고 교사(문학박사) |
문득 우리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중적인 스타 심청이 떠오른다. 알다시피 심청이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상인들에게 팔려 제물이 되어 인당수에 몸을 던지나 용왕님의 지시로 다시 인간으로 환생해서 왕비가 된다. 아버지가 보고 싶은 심청은 왕에게 부탁하여 자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맹인 잔치를 연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효녀 심청이보다는 멍청한 심청이를 떠올린다. 심청이는 자기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아버지가 눈을 뜨고, 못 뜨고는 그만두고라도 최소한 자기 아버지가 눈을 떴다고는 생각해야 한다. 그게 그녀가 차가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이유니까. 따라서 심청이가 자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는 맹인 잔치가 아니라 '옛날에는 맹인이었지만 지금은 눈 뜬 사람의 잔치'를 열었어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오로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나중에 가서는 정작 자기가 한 행위의 의미를 모르고 맹인 잔치를 연 심청이처럼,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생활하기 쉽다. 곧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다. 교육이 본질에 충실했으면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을 것이다. 교육 경력 30년이 지나 퇴직할 때가 되어서야 교육에 대해 조금 눈이 뜨이는 것 같다.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세 가지만 적어 본다.
교육은 훈련이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생활을 지키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기, 인사하기, 규칙 준수하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바른말ㆍ고운 말 사용하기, 남에게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기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말 한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다. 휴지 버리지 말라고 아침 조회 시간에 말하면 모든 학생들이 휴지를 버리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야기하고 돌아서면 휴지를 아무 데다 버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귀가 따갑도록 말도 하고,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고, 때로는 따끔하게 혼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교육은 훈련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지식이 지혜가 되도록 하라.
흔히들 지식이 소화되면 지혜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고정관념이 된다고 한다. 소화되지 못한 지식은 쌓일수록 해롭다. 지식을 소화하지 못한 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자기만 알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어찌 형제들과 우애 있게 지내겠는가? 지식을 단순히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지식의 본질을 추구해야만 그 지식은 소화되어 지혜가 된다.
진실로 학생들을 사랑하라.
자기의 이익과 입장을, 학생들을 위한다는 말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상사가, 동료가 그런 일을 하면 내색은 않지만 속으로는 다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상사나 선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되 존경하지는 않는다. 학생들도 다 속이 있어 그런 선생님에게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되 존경하지는 않는다. 여러 교육 활동을 하다가 결정을 내리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항상 학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어야 한다는 나이가 가까워지는데 잔소리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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