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에 유독 거센 풍랑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과 연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예고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진행 방식이 무원칙하다. 화장품학과와 응용화학과를 합쳐 제약공학과를 만든 것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 유사한 학과나 전공이 아닌 사회복지학과에 토목환경공학과를 묶은 새 전공이 탄생하는 게 상례였다. 의료건축디자인공학과처럼 긴 학과명이 탄생한 것은 구조조정의 씁쓸한 산물이다. '학과 특성화'는 허울 좋은 포장처럼 보인다.
폐단은 그뿐 아니다. 학령인구가 앞으로 예상되는 수치보다 훨씬 적었을 때부터 기초학문과 예술을 가르쳐 온 학과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경시, 예술과 지역사회 문화 창달에 대한 기본적인 몰이해에서 비롯된 기현상이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에 대해 더 깊이 고심해야 하겠다. 취업률과 충원율이 구조조정의 객관성과 타당성의 전부는 아니다.
특히 수도권대와 비수도권대의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지표부터 잘못됐다. 평가지표 향상에 몰두하다 보니 국문과 폐지처럼 인문과 자연, 예체능 죽이기가 당연시되고, 또 이것을 질적인 평가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특정 학문분야에 치우친 대학은 다시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낳는다. 존립과 생존 앞에서 진통을 겪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학과 이기주의가 키운 잡화점 대학이란 오명을 안 뒤집어쓰면 다행이다. 학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는 무원칙과 무분별함으로 '상아탑'이 휘청거린다. 충원율과 취업률이 중시되는 지침을 안 따를 수도 없는 형편인 것이 한계다. 인문사회계열 학과와 기초학문 분야가 희생양이 되는, 즉 취업시장의 요구에 따라 실용학문 위주로 대학 교육이 재편되는 방식에 이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현행 방식이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해 지역 대학의 위기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 논리에 밀려 '돈' 안 되는 학과를 통폐합하고 학문탐구 기능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학문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서 구조개혁의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지역과 개별 대학의 특성이 존중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면 그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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