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지난 22일 심정지를 일으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는 서울의 A 병원에서 장 유착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것이 심정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예상대로 신해철의 장 건강은 좋지 않았다. 이날 수술 후, 의료진은 신해철의 심정지가 장 협착 및 유착, 패혈증 등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스마트폰 메신저 등에는 다른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신해철이 A 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을 받았고, 이 부작용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루머였다. 일부 언론 매체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했고, 결국 루머가 루머로 끝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A 병원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그 입장을 담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색어를 의식해 내용과 상관 없이 '위밴드 수술'을 제목으로 내 건 기사들도 많았다. 신해철의 소속사 측은 사태를 지켜보다 언론 매체를 상대로 “한 사람의 생사가 넘나드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가십거리성 기사는 정말로 자제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A 병원의 입장 변화도 언론 보도와 무관하지 않다. 처음 A 병원은 '환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계속된 추측성 기사로 논란이 커지자 해명을 위해 구체적인 수술 시점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A 병원 측은 실시한 수술과 신해철의 심정지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신해철이 2009년 위밴드 수술을 받았지만 2012년 위밴드를 제거했으며 지난 17일 장 유착을 치료하기 위해 장 유착 박리술을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A 병원 관계자는 “매체 인터뷰 요청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환자의 개인 기록 정보는 신중한 사안이지만 언론에서 의혹이 계속 제기 됐고 허무맹랑한 소문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원장님의 결정으로 공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언론 매체들의 행태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A 병원에 '사실 확인'을 이유로 신해철의 의료 기록 공개를 요청한 것이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A 병원이 끝내 입을 열게 된 중심엔 언론의 독촉과 부추김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언론 매체가 중심이 된 추측성·베끼기 보도도 빈축을 샀다. 일부 독자들은 정확한 사실 만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루머 양산에 일조했다는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해철이 위중한 상황에서 보도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불쾌감을 나타낸 이들도 많았다.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한 보도 준칙과 강령은 이 같은 보도를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윤리강령'에는 '언론인은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에도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 아래 '개인의 질병이나 사인과 관련해 병명 공개에 주의한다'는 세부 조항이 존재한다.
신해철을 대하는 언론에 좀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노컷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