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만 대전중부소방서장 |
전 국민을 경악과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서는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 내용중에는 인명구조의 책임을 물어 주관부서인 해양경찰청과 함께 이번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소방방재청도 해체하여 국가안전처 내에 본부로 축소 편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면적 이유로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여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을 하나로 통합된'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재난현장의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옥상옥의 또다른 형태로서 재난관리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의문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소방직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말 기준 소방공무원은 3만9500명이며 국가직 공무원은 240여명으로 1%도 채 되지 않는다. 즉 나머지 99%는 지방직으로 소방방재청의 지휘를 받는 동시에 시도지사의 지휘를 따라야 하는 이중적인 조직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난현장활동시 자칫 현장지휘체계의 혼선을 빚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대응역량을 한곳에 집중할 수 없는 문제점을 항상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시도마다 재정여건 및 시도지사의 관심정도에 따라 소방력의 격차가 심하여, 재정이 열악한 시도는 소방장비가 노후화되고 현장활동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악순환의 고리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단기적 실적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대비 산출효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는 재난관리는 투자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소방사무가 지방사무임을 견지하면서 소방직 국가직화 건의를 부처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있다. 그들은 급변하는 재난환경을 외면한 채 관습적 행정관념에 고착되어 대안도 없이 시대착오적인 주장만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방업무가 과거 화재진압 중심에서 구조ㆍ구급업무로의 확대로 광역화되고 있고, 경계를 초월하여 전국이 일일권화 되어가는 등 급변하는 환경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재난유형은 복잡ㆍ다양해지고 세월호사고와 같은 대형ㆍ복합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단일 시도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환경으로 변화했다.
지난 7월17일에는 광주에서 세월호 참사 수색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도 소방본부 소방헬기가 추락하여 소방관 5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편, 강원도내 설악산을 비롯한 관광지에서 조난을 당하거나 응급구조를 요청하는 요구조자의 80% 이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온 시민들이라 한다. 일반 행정관료들의 논리대로라면, 왜 재정상태가 곤궁한 강원소방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무료로 부자동네 사람들을 위해 재정지출을 해야 되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국 어느 곳에서든 신속한 출동과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전국 일일생활권이 정착된 현시점에서조차 소방서비스를 제때에 못 받아서 고귀한 생명권이 외면받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 지급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근원적으로 극복될 수 없음을 인정하자. 이러한 관점에서 소방의 국가직 일원화에 대한 논의는 행정편의보다는 대국민서비스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어떤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서 서비스의 질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그 피해가 나에게 돌아온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모든 국민이 차별없는 소방서비스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소방의 국가직 일원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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