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의 미래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문화초대석]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의 미래는?

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제11호 단청장)

  • 승인 2014-10-26 12:59
  • 신문게재 2014-10-27 16면
  • 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
▲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제11호 단청장)
▲이정오 대전시 무형문화재 연합회 이사장(제11호 단청장)
무형문화재는 무엇일까? 무형문화재는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큰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를 돕는 음악ㆍ무용ㆍ공예기술과 일반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과 예능에 대해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ㆍ보호하고 있다. 이같은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자체로 대상이 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 무형문화재의 종류로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지자체인 시ㆍ도 지정 문화재가 있다.

대전지역에서는 총 22개 분야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인정돼 현재 전승과 전수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예능분야는 8개 종목 9명으로 웃다리농악, 들말두레소리, 판소리고법, 살풀이춤, 판소리춘향전 등이 전수되고 있다. 기능 분야는 예능보다 종목 하나가 더 많다. 9개 종목 9명이 무형문화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앉은굿설경, 불상조각장, 소목장, 단청장, 악기장북, 초고장, 악기장가야금 등이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나오는 매사냥도 대전의 무형문화재 중 하나로 놀이문화 종목에 포함돼 있다.

개인 혼자가 아닌 단체로 전수하고 있는 종목도 있다. 유천동 산신제, 장동탑제, 무수동 산신제 등이 단체분야 무형문화재다. 또 전통 현악기 중심으로 영산회상 및 도드리 등의 연주를 하는 향제줄풍류와 불상에 금을 입히는 단청장(개금장) 2개 종목이 지정 예고돼 현재 심의과정에 있다. 이들까지 심의를 통과한다면 대전에는 총 24개 종목의 무형문화재가 활동하는 것이다. 대전과 비슷한 규모인 대구와 광주가 각각 17개, 21개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대전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은 전국의 무형문화재들에게 유명하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준공된 대전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은 500평 규모로 예능분야 무형문화재들이 전수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봄에 준공된 대전전통나래관은 1000평의 넓은 규모로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들이 전수활동을 선보이며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수회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외형적으로는 화려하면서도 깔끔하게 장식돼 있지만 내부 운영은 아쉽기만 하다. 현재 전수회관은 대전문화재단에서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데 예산 등 관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다. 관리자들과 무형문화재들과의 소통은 잘되고 있지 않다. 두 곳의 전수회관을 가보아도 다른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의 만남은 거의 없으며 공식 행사 때만 몇 번 만날 수 있다. 무형문화재들이 가진 특별한 자산을 대전 시민들이 배우고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해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 무형문화재전수회관과 나래관에는 관장이 없다. 즉 주인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관장이 없어서 일어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직원들과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다리역할을 하고 기관을 대표하는 '리더'가 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어렵게 조성한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조상들의 얼을 전승ㆍ보급하고 대전시민과 함께 향유하여 찬란한 5000년 조상들의 체취를 느끼고 함께하는데 전수회관이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대전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재가 있으면 시가 앞장서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유자 지정을 받으면 본인들의 위상과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무분별적으로 준비하는 보유자들도 있다. 노래만 잘한다고 소리의 문화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하나 특이하게 잘만든다고 하여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역사성과 전통은 물론 뿌리가 있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추후 100년 후에는 이 시대에 중요했던 일들이 지정돼 후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들의 최전선에 무형문화재가 있고 우리들이 책임지고 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