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삼선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
한편 국내 전력공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발전기술 개발도 10년 주기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꾸준히 성능을 개선해 왔다. 1980년 초 보령화력 1호기에서 500MW급 석탄화력이 적용된 후, 1993년 보령화력 3호기부터 초임계압 고효율 고성능 한국형 표준화력발전소가 개발되어 22기가 건설되었다. 그 후에도 꾸준히 고온고압화 및 규모의 격상기술을 개발하여 2006년 당진화력 5호기와 영흥화력에 800MW급의 발전소를 건설하였다. 이러한 기술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세대화력발전기술을 적용한 1000MW (1GW)급의 초초임계압 화력발전소인 신보령화력 1호기가 2015년 준공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이렇게 화력발전의 혁신기술개발 역사는 보령화력과 당진화력이 중심이 된 충청지역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연료로 물을 끓여 발전을 하는 화력발전시스템에서는 증기압력과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효율이 높게 된다. 효율이 높아지면 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환경오염 물질 배출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초임계화력발전은 증기압력이 높아져서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사라지는 임계점 이상에서 운영되며, 초임계 표준화력에서는 임계압력보다 20기압 이상 높은 246기압이었으나, 현재 건설중인 초초임계압화력에서는 265기압까지 압력이 높아졌다. 증기온도의 상승은 보일러튜브 재질에 영향을 받게 되어 고급재질을 사용할수록 비싸지므로 선택에 많은 제약이 있어 초임계화력에서는 538도였으나 초초임계압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610도까지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발전효율은 초임계화력의 40%에서 초초임계압의 경우 44%로 3~4% 향상을 이루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가장 많이 건설되고 있는 화력발전에서도 효율을 상승하기는 쉽지 않아 가스터빈과 연계한 복합화력발전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개발하려면 설계와 실험을 통하여 적용 가능성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져야만 건설을 할 수 있다. 1GW이상의 대규모 화력은 현대공학의 집적물로서 규모가 거대하여 이것을 시험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이 소요된다.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간단히 모의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은 복잡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하다. 거대 시스템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상태를 물리적 수식으로 만들어 모의연산을 되풀이 하면 시스템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초초임계압 발전시스템인 신보령화력발전에도 시뮬레이션기술이 적용 중이다.
신보령화력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운전원 훈련용 겸 엔지니어링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터를 개발 중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되어 건설되는 대규모 화력발전소 시운전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발전소와 동일한 동적시뮬레이터로 운전절차를 개발하고 사전에 모의 훈련을 하게 된다. 원래 운전원 훈련용 시뮬레이터는 설비가 완공된 후 운전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하게 되나 신보령화력 시뮬레이터는 기본 설계 자료와 운영경험에 근거하여 개발하게 된다.
변화를 창조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 밖에 없는 글로벌시대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갖은 지혜를 짜내어 혁신을 지향한다. 화력발전 분야에서도 이제는 1GW급 대규모 발전 기술을 개발하여 신보령화력에 건설 중이다. 이러한 거대시스템을 설계하고 적용성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시뮬레이션 기술의 심도가 깊이 질수록 경제적이고 품질이 우수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에 많은 분들이 거대시스템 시뮬레이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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