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
6개월 후 의사들이 요양원에 가서 세 그룹의 노인들 간 사망률을 조사해 보았더니 자활한 A그룹에 비해 B그룹은 사망률이 2배쯤 높았고, C그룹은 3배 이상 높았다. 노인이 될수록 할 일이 있고 환경이나 대상에 대해 관리권 내지 통제권이 있는가 없는가가 수명연장에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사례이다.
황정순 씨가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라는 시를 남겼다.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 /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 개울 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 풀숲에 담긴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 삐걱거리는 허리 쭈욱 펴 보이며 /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 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할 거야 / 이때 나직이 모차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 이제 잉크 냄새나는 신문을 볼 거야 /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 당신 무릎을 베고 오래도록 낮잠도 자야지 /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볼까…? / 어쩌면 그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울 거야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보고 싶어 /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라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었어… /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느니… / 살아하기 너무 벅찬 그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 겨울에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 거야 / 햇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 때… / 봄엔 당신 연베이지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 빛 실크 스카프 매고 /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 드라이빙 이스 데이지 같은… /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넛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장 찍을까 /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 그리고 그리고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 한 아름 사서 서재로 가는 거야 / 난 당신 책 읽는 모습 보며 화폭 속에, 내 가슴속에 당신의 모습 담아 영원히 영원히 간직할 거야 / 나 늙으면 그렇게 당신과 함께 살아 보고 싶어 /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아 보고 싶어.”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身老心不老). 그러니까 나이 들어도 품격을 유지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점잖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노인으로 처신하자. 젊은이는 늙어보지 못했지만, 노인들은 젊어봤었다. 젊은이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노인은 지름길을 안다. 그래서 노인은 도서관 하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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