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그런 나에게 큰 바위 얼굴처럼 늘 바라볼 수 있는 그러면서 닮아갈 수 있는 큰 인물이 우리 가까이에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 요즘 생겼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큰 인물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혹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부족한 안목 때문은 아닐까 자문해 보기도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말만 앞세워 떠드는 사람들이 왜소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세상에 희망을 거는 일에 자주 낙심하게 되면서 생긴 증세이다.
우리와 동시대를 산 인물 중 존경하는 인물을 든다면 나는 넬슨 만델라를 단연 첫째로 꼽는다. 그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이들을 지지자와 친구로 만든 우리 시대의 행운과도 같은 감동적 인물이다. 변호사이면서도 무장투쟁에 나섰던 만델라는 체포된 뒤 무려 27년을 수감되어야 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감옥 속에서 더욱 커져만 갔고 결국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말았다. 그 후 남아공 초대 민주화 대통령이 되었던 만델라가 인류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고자 유엔은 7월 18일을 만델라데이로 선포하고 이날 그가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6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상징하는 67분의 봉사활동에 국제사회 모든 사람들이 동참해 줄 것을 권장하였다. 만델라가 석방된 나이가 72세인데 그는 그 후에도 23년간이나 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열정을 바쳤다.
만델라의 생애는 위대한 정신이 이끌어 온 삶이었다. 위대한 정신은 인간성을 고양하고 역사를 진보시킨다. 위대한 정신은 복잡하거나 공교하지 않고 단순하거나 어쩌면 우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만델라는 자신의 생각을 단순명쾌하게 표현하였고 자신의 삶을 통해 사람들을 동조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단지 노력하는 사람일뿐이라고 하였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에 있다고도 하였다.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뿐만 아니라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와도 맞서 투쟁한 만델라는 모든 사람이 함께 평등하고 조화로운 기회를 누리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을 품었다.
자신이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 이상을 성취하기를 희망하였고.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었다. 자유를 향한 길이 쉽지 않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따로 떨어져서 행동할 경우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단합된 힘으로 화해와 국가 건설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함께 행동할 것을 호소하였다. 그는 모든 사람이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랐고 모든 사람이 일자리와 빵과 물 그리고 소금을 가질 수 있기를 원했다.
아름다운 나라에서 다시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그가 가진 이상이었다. 증오보다 사랑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믿은 그는 진정한 자유란 단지 사슬을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삶을 사는 데에 있다고 외쳤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우리가 삶을 살았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며 우리가 이끌어 온 삶의 중요성은 다른 이들의 삶에 우리가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가가 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만델라는 교육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하였다.
낙천주의자를 자처한 만델라는 머리는 태양을 향하고 발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그치지 않으면서 인간성에 대한 그의 신념이 혹독하게 시험받는 수많은 어두운 순간에 직면하면서도 결코 절망에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을 격하하지 않으면 평범한 보통사람 누구라도 얼마든지 위대한 정신에 따라 자기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 위대한 정신이 우리를 이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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