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제2의 마윈 신화 대전에서 나왔으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경제칼럼]제2의 마윈 신화 대전에서 나왔으면

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14-10-22 14:07
  • 신문게재 2014-10-23 17면
  • 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지난 9월 19일은 알리바바 주식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날이다. 상장 첫날에 알리바바 주식은 주당 공모가 68달러에서 38%가 오른 93.8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알리바바 주식의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2414억달러(약 242조원)에 달해 이 날은 알리바바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세계 4위의 IT 기업으로 등극한 날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는 알리바바의 성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2000년 초에 우리나라의 E사에 합작투자를 사정하고 다니던 일화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사는 당시 기업 홈페이지 제작 및 e-카다로그 DB 구축을 통한 B2B e-marketplace 사업부문에서 국내 선두기업으로 알라바바는 E사와의 기술제휴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E사는 중국의 알리바바 대신 IT기술이 앞선 미국의 한 벤처회사와 상호 출자를 결정했다. 그 후 E사가 투자한 미국의 벤처회사는 부도로 없어진 반면, 중국의 알리바바는 E기업이 근접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버렸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당시의 선택은 참으로 미래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이었던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탁원한 안목과 도전정신을 갖춘 마윈의 알리바바는 E사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발판삼아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만약 당시 E사가 알리바바에 투자했다면 지금쯤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E사와 알리바바 간의 협업모델은 한중 전자상거래 협업모델의 좋은 본보기가 돼 한중경제협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일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했다.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전에 개설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인재와 창업ㆍ벤처기업, 대학ㆍ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지역이 명실상부한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대전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진정한 창조경제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과학 도시로 유명한 대전 지역의 경우 연구개발 역량이나 교육환경, 인재 등의 잠재력은 크지만 창업 활동이나 도전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벤처문화와 연구 성과의 사업화 및 기술거래 등을 위한 창조경제 생태계가 조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연구개발 성과보다는 개인의 창조적 의지를 북돋아 주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조적 생태환경의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윈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중국 항주에서 최악의 대학으로 알려진 항주교육대학 입시에 두 번이나 떨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를 보면 마윈은 그다지 머리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한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2살 때부터 8년 동안 오직 영어를 배우기 위해 40분씩 자전거를 타고 호텔을 찾아가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 관광가이드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는 세 번의 도전 끝에 항주교육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당선이 되고 그 여세를 몰아 항주시학생연합 회장도 역임했다. 이 모두가 그의 모험심과 창의성을 나타내주는 사례들이고 당시 중국정부는 이러한 마윈 등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베이징 중관춘에 도전적인 IT 기업의 보금자리와 지원정책을 제공했다. 이러한 창조적 생태환경속에서 마윈의 알리바바라 성공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알리바바가 창립된 1999년은 한국에서 네이버가 출범된 해이기도 하다. 15년 뒤 오늘날 알리바바는 네이버의 기업가치보다 일곱 배이상 커졌고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약174조원) 마저 넘어섰다. 출발은 같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낸 비결은 다름 아닌 모험과 도전정신이었다. ICT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대전이 앞으로 창조경제 생태계를 잘 구축해 알리바바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