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피카소를 그리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중도춘추]피카소를 그리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승인 2014-10-22 14:07
  • 신문게재 2014-10-23 16면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나들이 겸 가까운 대전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현재 미국 최초로 근대 회화 전시를 시작한 필립스 컬렉션의 소장품 중 85점을 '피카소와 천재화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DESIRE', 'LOOK', 'FEEL'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ESIRE'에서는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 인상주의를, 'LOOK'에서는 입체주의를, 'FEEL'에서는 표현주의와 추상주의를 이루고 있었다.

'DESIRE' 섹션부터 차례로 감상해보았다. 신고전주의 화풍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은 사실적이면서도 일부가 왜곡된 형태로 여성 신체의 곡선을 아름답게 그려 냈다. '장 바티스트 까미유 코로'의 작품은 한적한 자연의 풍경을 이상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인상주의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또 '오노레 도미에'는 '봉기'에서 날카롭게 사회적 현실을 풍자하였다. 이는 자칫 예술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나, 실은 당대 현실을 아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담아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으로는 '모띠에의 바위산'이 걸려 있었다. 쿠르베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여기'를 강조한 만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하고 있었다. 인상주의의 대가인 '클로드 모네'도 빼놓을 수 없다. '베퇴이유로 가는 길'이 그림 속에서도 눈부신 빛에 더 환하게 반짝이는 설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은 입체파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굳건한 표정의 '자화상'과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형태로 자연을 표현한 '생 빅투아르 산'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 밖에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 있어 마지막 여행지인 오르베에서 남긴 '까마귀 나는 밀밭', '에드가 드가'의 아름다운 조형미와 빛의 포착을 그린 '스트레칭하는 무용수들', '에두아르 마네'가 매료되어 그렸다는 '스페인 발레' 등이 있었다.

'LOOK' 섹션에서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파블로 피카소'가 두드러졌다. '푸른 방'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인상 깊게 나타내고 있으며, '투우'에서는 큐비즘(입체파)을 보인다. 피카소는 작품활동을 하는 내내 비슷한 화풍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와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후안 그리'의 '신문이 있는 정물'은 신문 조각 하나까지도 입체적으로 보였다. '조르주 브라크'는 '필로덴드론'에서 색채를 제한하며 사물의 '형태'에 주목하였다. '모딜리아니'는 초점 없는 눈과 시선 처리로 주목 받는다.

'엘레나 포볼로즈키'에는 알파벳으로 'ELENA'가 새겨져 있는데 그녀의 후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FEEL' 섹션은 추상회화를 모아놓은 곳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구체적인 대상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가을Ⅱ'는 색채가 아름답고 화려해서인지 그 형체를 알 수 없음에도 마음을 끌었다. '조지아 오키프'의 '붉은 언덕과 조지 호수'는 언덕이 온통 붉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었지만, 아마 작가의 눈에 그렇게 보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 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는 '마크 로스코'는 어떤 것을 알고 나면 '아는 대로'만 보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개개인이 순수하게 그림만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그의 작품은 제목마저 '무제'였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잭슨 플록'의 '구성'은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추상미술가들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집중해 내면 그 자체를 나타냈기 때문에 관객 또한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야만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수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특색 있는 대표화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서양의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여러 화가, 다양한 미술사조를 미술사의 흐름에 맞게 습득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 근현대의 명화들을 바로 눈앞에서 그림의 질감까지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던 특별한 순간이었다. 일상에 치여 탁해진 마음에 시원한 비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듯, 한결 맑고 엷게 희석됨을 느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