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DESIRE' 섹션부터 차례로 감상해보았다. 신고전주의 화풍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은 사실적이면서도 일부가 왜곡된 형태로 여성 신체의 곡선을 아름답게 그려 냈다. '장 바티스트 까미유 코로'의 작품은 한적한 자연의 풍경을 이상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인상주의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또 '오노레 도미에'는 '봉기'에서 날카롭게 사회적 현실을 풍자하였다. 이는 자칫 예술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나, 실은 당대 현실을 아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담아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으로는 '모띠에의 바위산'이 걸려 있었다. 쿠르베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여기'를 강조한 만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하고 있었다. 인상주의의 대가인 '클로드 모네'도 빼놓을 수 없다. '베퇴이유로 가는 길'이 그림 속에서도 눈부신 빛에 더 환하게 반짝이는 설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은 입체파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굳건한 표정의 '자화상'과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형태로 자연을 표현한 '생 빅투아르 산'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 밖에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 있어 마지막 여행지인 오르베에서 남긴 '까마귀 나는 밀밭', '에드가 드가'의 아름다운 조형미와 빛의 포착을 그린 '스트레칭하는 무용수들', '에두아르 마네'가 매료되어 그렸다는 '스페인 발레' 등이 있었다.
'LOOK' 섹션에서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파블로 피카소'가 두드러졌다. '푸른 방'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인상 깊게 나타내고 있으며, '투우'에서는 큐비즘(입체파)을 보인다. 피카소는 작품활동을 하는 내내 비슷한 화풍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와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후안 그리'의 '신문이 있는 정물'은 신문 조각 하나까지도 입체적으로 보였다. '조르주 브라크'는 '필로덴드론'에서 색채를 제한하며 사물의 '형태'에 주목하였다. '모딜리아니'는 초점 없는 눈과 시선 처리로 주목 받는다.
'엘레나 포볼로즈키'에는 알파벳으로 'ELENA'가 새겨져 있는데 그녀의 후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FEEL' 섹션은 추상회화를 모아놓은 곳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구체적인 대상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가을Ⅱ'는 색채가 아름답고 화려해서인지 그 형체를 알 수 없음에도 마음을 끌었다. '조지아 오키프'의 '붉은 언덕과 조지 호수'는 언덕이 온통 붉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었지만, 아마 작가의 눈에 그렇게 보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 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는 '마크 로스코'는 어떤 것을 알고 나면 '아는 대로'만 보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개개인이 순수하게 그림만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그의 작품은 제목마저 '무제'였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잭슨 플록'의 '구성'은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추상미술가들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집중해 내면 그 자체를 나타냈기 때문에 관객 또한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야만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수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특색 있는 대표화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서양의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여러 화가, 다양한 미술사조를 미술사의 흐름에 맞게 습득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 근현대의 명화들을 바로 눈앞에서 그림의 질감까지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던 특별한 순간이었다. 일상에 치여 탁해진 마음에 시원한 비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듯, 한결 맑고 엷게 희석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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