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취재1부장(부국장) |
권 시장이 취임한 지 한달여 만에 시작한 수사를 놓고 지역사회에서는 여러가지 말들이 나돌고 있다. 권 시장 취임 직후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대전시민은 경험한 적이 없다.
검찰은 “시간을 충분히 두고 기초 수사를 튼튼히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골로 유명했던 이훈규 전 대전지검장은 언젠가 대형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은 꿩이 결국 제 울음소리에 잡히고 만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어쩌면 지금 검찰은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150만 대전시민을 대표하는 시장 주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수사다. 조속히 매듭져야 할 이유다. 도주 중인 총무국장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수사력을 집중해 검거해야 한다. 통신 등 첨단수사 기법이 발달된 상황에서 못잡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대전시민과 대전시정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권 시장도 이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는 지난달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입장을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수사가 잘 마무리돼 전모가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듯한 발언이다.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는 “(검찰 수사로 인해) 공무원들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6ㆍ4 지방선거 과정 권 시장 선거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자 화법'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 권 시장이 결백하다 해도 대전시민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할 사안이다. 선거캠프는 후보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자신을 위해 일했던 캠프 사람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상황인데 후보였던 사람이 어떻게 무관할 수 있는가?
책임의 정도가 어느 수준일지에 대해선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떤 경우에도 권 시장은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권 시장은 “이유야 어찌됐든 저의 불찰로 벌어진 일인 만큼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모든 시청 공무원은 나를 믿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정도의 언급은 했어야 한다. 그러나 권 시장은 검찰 수사 초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한 말 외에 더 이상은 입장 표명이 없다.
검찰의 수사 속성상 칼끝은 일단 권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백하다면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권 시장이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상황에서는 시청 공무원들은 오히려 동요할 수밖에 없고, 시민들의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태도는 대전시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 행정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 시장 취임 직후 단행한 일련의 인사를 놓고도 지역에서 말들이 많다. 대전시의 중요한 자리에 인사권자인 권 시장 자신도 잘 모른다는 인사가 잇따라 임명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도 시민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거듭 중용되면서 권 시장의 시정에 대한 불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 행정은 권 시장 캠프 수사와 맞물리면서 더욱 흔들리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권 시장의 낙마 여부에 촉각을 기울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선거캠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유야 어찌됐든 대전시민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대전시민들은 사실상 세번째 도전 끝에 시청에 입성한 권 시장이 성공적으로 민선 6기 시정을 이끌어주길 바랄 것이다. 권 시장은 행정고시 20회를 수석합격한 뒤 청와대 인사비서관, 대전시 부시장, 재선 국회의원 등 화려한 스펙으로 시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그것이 권 시장이 이번 수사에 대해 더욱 더 당당하게 임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은 시민들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듯한 권 시장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무관하다면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야 하고, 책임이 있다면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 권 시장이 어느 쪽이든 소극적으로 대응할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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