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레지던시 창작공간 바로 알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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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레지던시 창작공간 바로 알기 2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14-10-21 14:52
  • 신문게재 2014-10-22 17면
  •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약 1년 전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레지던시 창작공간 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대전문화재단이 시로부터 위탁 받아 개관을 준비하고 있던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대한 우리 지역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이 작은 공간이 대전 예술사의 큰 길을 열어주는 첫 대문이 될 것이다, 작업실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허락되는 단순한 대관 공간이 아니다, 라고도 하였다. '예술가들이 창작과 교류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머무는 공간'인 레지던시는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50여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이다. 개관한 지 6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 테미센터는 작가들로부터 썩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겉으로 내세울 만한 지원 조건은 별 훌륭한 게 없으나 대전의 과학 인프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융ㆍ복합 지향 공간인 데다, 너무 행정 편의적이지 않은 운영 방식 때문에서란다.

레지던시 창작공간의 이해를 위한 지난 칼럼에 이어지는 이번 글은 문답 형식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그럼에도 질문은 상식적인 데 반해 답변이 다소 전문적임을 이해해 달라.

문1. 왜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시각예술 중심인가?

답1. 문학, 공연예술 작품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직접 유통ㆍ소비되지만 시각예술 작품은 일차적으로 시각예술계 내부에서 유통ㆍ소비된다. 따라서 시각예술가에게는 창작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물리적 환경과 함께 시각예술계 내부를 향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맥락적 환경이 중요하다. 시각예술의 이러한 특성은 다른 예술장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독립적 창작 환경이자 예술가 공동체 형태를 띠는 레지던시는 시각예술계 내부로 먼저 소통하는 시스템을 가짐으로써 시각예술 시장과의 구조적인 정합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시각예술에 가장 적합한 예술지원 지원 방식이다.

문2. 왜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지역 내외 작가를 가리지 않는가?

답2. 먼저, 예술가의 관점이다. 레지던시는 화실 또는 아틀리에와 같은 단순한 작업실의 개념을 넘어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예술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예술가들이 창작 여건과 조건을 달리하여 견문을 확장하고 다양한 예술적 교류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창작의 또 다른 동기와 의미를 찾고 창조의 진화와 진보를 꾀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다음은, 지역의 관점이다. 예술가들의 이동성과 유목성은 한 지역에 낯선 의미를 구축하여 새로운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는 그 지역 예술의 또 다른 바탕이 되고, 이러한 다양성을 디딤돌 삼아 그 지역 예술이 성장한다. 또한 네트워킹을 통해 그 지역의 작가들이 국ㆍ내외 다른 곳으로 진출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됨으로써 레지던시는 선순환적 예술 창작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한다.

문3. 왜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소수의 예술가에게 큰 예산을 쓰는가?

답3. 레지던시 창작공간은 입주예술가 개인의 작업 공간 또는 창작 활동 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레지던시의 핵심은 '예술가'에 있다기보다는 레지던스라는 '예술적 장소' 그 자체에 있다. 레지던시라는 장소와 그 안의 입주예술가는 일종의 허브(hub)이다. 이 허브를 통해 다양한 인적ㆍ물적 예술 자원들이 연결고리를 형성할 뿐 아니라 결국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그 지역만의 예술적 이미지와 아우라를 구성한다. 즉, 레지던시는 예술가 지원의 관점을 넘어서 그 지역의 예술을 자라게 하는 맑은 샘이자, 지속적이고도 거시적인 인프라이다.

어떤 레지던시 창작공간도 그 지역과의 커뮤니티 형성과 지역성(locality)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도 입주작가들로 하여금 우리 지역의 인문지리적 조사연구를 통한 작품 제작,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작가들 간 상호 유통ㆍ소비와 함께 그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누가 뭐래도 창작공간은 어느 한 지역에 존재하는 그 지역의 것, 그 지역의 예술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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