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올 시즌도 꼴찌로 마감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다. 한화의 올 시즌 성적은 49승 77패 2무로,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50승을 채우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 42승 1무 85패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프로야구 출범(1982년) 이후 첫 9위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한화는 올해도 이 불명예를 안고 가야 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한화는 지난해 성적에 대해 변명할 게 조금 있었다. 한국프로야구 7시즌 통산 99승을 따낸 류현진(LA 다저스)과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떠났고, 선발 양훈도 경찰청에 입대하는 등 주력 투수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한화는 FA에서 정근우와 4년 70억원, 이용규와 4년 67억원의 계약을 맺고 가장 절실했던 테이블세터 구축을 완료했다. 내부 FA에선 한상훈과 4년 13억원, 박정진과 2년 8억원, 이대수와 4년 20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군 복무를 마친 윤규진과 안영명도 복귀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완봉승 경험이 있는 앤드류 앨버스, 케일럽 클레이, 용병 타자 펠릭스 피에까지 더해져 한화의 올 시즌은 4강까지 바라볼 정도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마운드 붕괴는 한화의 최대 약점이었다.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6.35나 됐다. 이는 1982년 원년 최하위 삼미 슈퍼스타즈(6.23)보다도 높았다.
팀내 최다승 투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태양(5.29)과 윤규진(4.63), 안영명(4.52) 등 3명으로 각각 7승에 불과하다. 선발은 물론, 불펜진들도 제 역할을 못하면서 한화의 마운드는 약하디 약한 '모래성'과 다름 아니었다.
용병 투수들의 부진은 한화에 또다른 독이 됐다. 앨버스는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9, 클레이는 3승 4패 8.33, 라이언 타투스코는 2승 6패 7.07로, 모두 합하면 11승 20패 평균자책점 6.55나 된다.
올 시즌 '타고투저' 현상 속에 팀 타율도 저조했다. 한화의 팀 타율은 2할 8푼 3리로 리그 7위에 불과하다. 김태균과 피에, 송광민, 김경연이 그나마 3할대 타율로 제 몫을 해줬지만, 전체적으로 한화의 방망이는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
한화는 지난 8월 4위와의 경기차를 5경기까지 줄이면서 한 때 선전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5연패에 빠졌고, 12일 롯데전에서 패배하면서 꼴찌를 확정지었다. 휴식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감독은=한화는 지난 17일 기아와의 광주 원정전을 끝으로 한화는 김응용 감독과의 2년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차기 사령탑 선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외부에선 최근 해체된 고양원더스 김성근 전 감독과 김재박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위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구체적인 접촉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2년 전에도 한화와 협상한 전력이 있지만, 이 때 협상 조건이 조율되지 않아 이뤄지지 않아 다시 협상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구단측은 내부 승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한용덕 단장특별보좌역이다. 지난 2012년 한대화 감독 경질로 막판 감독대행을 맡아 14승 13패 1무 승률 5할 1푼 9리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미국 LA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연수를 다녀온 뒤 올해 는 단장을 보좌하며 프런트로서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용덕 특보는 특히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분위기다. 1987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에 입단한 이래 선수와 코치, 프런트로 무려 27년째 자리를 지키면서 두터운 신망과 나름 검증된 지도력까지 갖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구단에선 한 특보를 '준비된 감독'이라는 믿음을 강조한 보고서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2군 이정훈 감독도 내부 승격 후보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이 감독은 1987년 빙그레 입단 후 신인왕을 받고 1991년부터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다. 삼성과 OB를 거쳐 현역 은퇴한 뒤 1999년부터 한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 4년 간 천안북일고를 맡아 전국 최강팀으로 육성했다.
2013년부터 한화 2군 감독을 맡았고, 2년 전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화가 새 사령탑을 영입한다고 해서 확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의 체질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사령탑과 코칭스태프 등 팀의 리빌딩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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