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찾은 주민과의 약속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특별기고]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찾은 주민과의 약속

박상용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14-10-19 12:58
  • 신문게재 2014-10-20 17면
  • 박상용 충남지방경찰청장박상용 충남지방경찰청장
▲박상용 충남지방경찰청장
▲박상용 충남지방경찰청장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마저 감돈다. 거리에 핀 코스모스와 누렇게 물든 들판은 계절의 변화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해도 짧아져 가을이 주는 넉넉함보다 시나브로 변화는 내포의 사계절이 너무도 빠르게 느껴진다.

충남경찰청이 대전 선화동에서 내포 신청사로 이전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으니 말이다. 내포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주민들과 충남경찰 가족 모두가 고마울 따름이다. 내포 이전 1주년과 제69주년 경찰의 날을 동시에 맞이하는 올 가을은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급해진다. 신청사로 이사 온지도 1년이 지났고, 또한, 내년이면 경찰이 일흔 번째 생일을 맞는 만큼 주민들의 사랑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경찰활동이 주민들의 기대치와는 다를까? 뭔가 부족한 것은 맞는데 어디서 답을 찾을까? 고민 끝에 경찰이 아닌 주민의 입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주민들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경찰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들어 봐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바로 질문에 대해 답변도 해주고 싶었다.

그 시작이 바로 여민동락(與民同) 치안정책 국민보고회였다. 행사를 준비하며 참석자를 공개모집하고 대화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어떤 질문이 나올지 내심 걱정도 됐던 것이 사실이다. 행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행사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오는데 주민 한 분이 모처럼 할 말 다 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말을 했을 때는 죄송한 마음과 함께 이런 기회를 좀 더 자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서면질문을 포함해 총 60여건의 소중한 주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구멍가게 담배 도둑이 많아지고 있으니 순찰을 자주 해 달라, 우범지역에 CCTV를 설치 해 달라 등등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만한 일들이었다. 집무실에서 혼자 앉아 주민들의 의견들을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았다.

'주민이 원하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구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출퇴근길 상습 교통 정체지역을 집중관리하고, 담배 가게 등 방범취약지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당장 가능한 것부터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예산이 수반되거나 제도개선이 수반되는 것은 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한 모두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보고회에서 나온 주민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답변, 조치결과는 곧바로 참석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우편 통보를 해 드렸다. 또한, 충남경찰 홈페이지에도 동일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모든 주민이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또 이와 다른 쓴 소리도 해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아울러, 지난주 금요일에는 CCTV설치와 동시에 순찰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덕산읍에 있는 덕산공원에 직접 나가 민원인과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덕산공원 일대가 우범지역이 되지 않도록 공원 주변을 위험특별관리 구역으로 분류하고, 2시간마다 순찰을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게다가, 예산군 관계자로부터 행정예고를 거쳐 조만간 CCTV가 설치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충남경찰이 모토로 삼은 여민동락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주민의 불편을 들어주고 그 불편을 해결해 주며 함께 웃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매년 이러한 보고회를 통해 치안시책을 주민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여민동락 치안활동은 충남경찰 구성원 모두가 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하는 주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