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
지난주 노벨 평화상 발표에 이어 어제 마지막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됨으로써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모두 끝났다. 이번에도 한국인들이 몇 명 후보로 올라간 것으로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다. 특히 과학입국을 주창한지 수십년이 되고 그를 통해 엄청난 산업발전을 이룩하여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자부하는 우리로서는 이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 하나쯤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다른 상들은 정치적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업적으로 평가받는 과학상의 수상이야말로 가장 큰 국가적, 민족적 자부심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거부가 된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사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과 유산을 바탕으로 하여 스웨덴왕립아카데미가 설립한 노벨재단에 의하여 운영되는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이중 경제학상만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자체 기금으로 신규 제정한 것으로 가장 역사가 짧고 나머지는 모두 1901년부터 거의 매년 시상을 해오고 있다. 또한 6개 상중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하여 노르웨이에서 시상식을 하고 나머지 상들은 각각의 노벨상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스웨덴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상금은 각 부문별 800만 크로네(한화 약15억원)에 달하며 공동수상인 경우 노벨위원회에서 공적에 따라 상금 비율을 정해준다.
특히 과학상을 중요시하는 것은 그것이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달정도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등 3개 부문 과학상 수상자들의 국가별 집계를 보면 미국이 27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영국 87명, 독일 85명, 프랑스 36명, 스위스 20명, 일본 18명, 러시아 17명, 캐나다ㆍ네덜란드 16명, 스웨덴 15명, 중국 4명 등으로 나타나 있다.
수년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세계수준 과학자 배출과 창의형 과학기술 환경 조성'이라는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연구원 수나 논문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국내 연구원 수는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8.3명으로 미국(9.3명) 일본(10.6명)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으며 SCI논문 수는 2007년 2만5,494건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으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 1건당 피인용지 건수는 3.44건으로 세계 30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과학의 창의성 부족'을 꼽았다. 과학자들이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얻겠다는 양적 성장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추격해왔기 때문에 창의성과 원천기술 개발능력이 부족한 데다 암기위주의 국내교육이 창의성 발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2년전부터 창의융합대학을 설립하여 작지만 의미있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전공을 세분화한 교육보다는 창의력을 키워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전혀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이같은 시도들이 활성화되고 정착된다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도 더 이상 남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번 노벨상에서 다행인 것은 평화상이 여성인권운동을 벌여온 17세의 파키스탄 소녀와 인도의 아동인권운동가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여성인권과 아동인권의 중요성도 있지만 극한적인 대립을 겪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케 하여 새로운 평화의 씨앗을 심었다는 점이 괄목할만 하다. 벌써부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양국 총리의 공동 참석, 수상자들을 중심으로한 양국공동 평화사업 전개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벨 평화상이 주로 '과거'의 결과에 대한 시상 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모처럼 '미래'의 기대에 대한 시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현실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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