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에서도 팬들은 '보살팬' 답게 뜨겁게 응원했지만, 마지막까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한화에 대한 실망감은 감추지 못했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22로 참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우승의 주역 이태양이 선발로 나섰지만, 2이닝 동안 7실점하며 무너졌고, 불펜진도 뭇매를 맞으며 이날 총 28개의 안타를 삼성에 헌납했다. 6회 말 피에의 희생플라이로 영패를 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한화는 이날 참패는 지난 5월28일 NC전 1-18의 패배의 아픈 기록을 경신하는 더 큰 아픔이었다. 지난 7월24일 대전 NC전에서 23실점을 하기도 했지만, 당시 한화 타선은 9점을 만회하며 14점차로 패하며 나름 선전했다. 그렇기에 이번 삼성전은 한화의 역사를 논할 때 끊임없이 오르내릴 치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화는 지난 7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5위, 8위, 8위, 6위, 8위, 9위, 9위로 최근 6년 간 최하위 구단에 5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한화에는 암흑기인 것이다. 정근우와 이용규 등 FA 최대어까지 영입하며 4강 가능성까지 나오는 전력을 가졌다는 평가 속에 올 시즌을 출발했지만, 한 번 무너진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한화가 보여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 팬들은 프로야구 판에서 '보살팬'으로 불린다. 만년 꼴찌팀에 대해 흐트러짐 없이 일관되게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장 칭호를 받는 김응용 감독과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등 간판스타들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결국 또 꼴찌'라는 결과가 나왔고, 마지막 홈경기에서 보인 터무니없는 경기력은 '유종의 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김응용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 부족했던 전력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데는 재능이 없다는 게 지난 2년 간 증명됐다. 이렇듯 시즌 막판 한화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팬들의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화는 대패한 홈경기에서 “다음 시즌 진짜 잘하겠다”고 커다란 현수막까지 들고 나왔고, 팬들은 환호로 답했지만, 밀려오는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일각에선 한화 팬들을 '보살팬'이 아닌 '바보팬'이라는 비아냥까지 한다.
물론, 한화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팬들의 질책이나 외면이 아니라,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자기 위안 속 응원일 것이다. 하지만 팬들이 '바보팬'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게 만든 것은 바로 한화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만큼 한화의 책임이 크다는 말이다.
한화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한화를 든든히 지지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그게 한화가 해야 할 일이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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