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 연구비의 후속 관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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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가 연구비의 후속 관리 문제

한순흥 KAIST 교수

  • 승인 2014-10-14 14:26
  • 신문게재 2014-10-15 16면
  • 한순흥 KAIST 교수한순흥 KAIST 교수
▲한순흥 KAIST 교수
▲한순흥 KAIST 교수
연구개발비를 선진국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는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03년 연구개발비는 GDP의 2.64%로 19조원이었으나, 10년이 지난 2013년에는 GDP의 4.39%로 62조원로 증가되었다. 일부 부풀려진 액수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 규모는 %로는 세계 1위이며 (2위 이스라엘 4.35%, 3위 핀란드 3.78%, 4위 일본 3.39%, 5위 스웨덴 3.37%), 액수로는 세계 5위다 (1위 미국, 2위 일본, 3위 중국, 4위 독일). 민간 분야의 연구개발비를 제외한다면, GDP 대비 정부 R&D 예산 비중은 1.20%이며, 액수로는 17조원으로, %로는 역시 세계 1위다.

이에 따라 기업연구소 및 정부연구소와 대학에 연구비가 풍부한 편이다. 이제 이 풍부한 연구비가 벤처기업에도 제공되어 선진국처럼 연구개발을 사업으로 하는 연구전문 벤처기업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2000년의 벤처붐 당시에 시도되었던 몇몇 사례들이 일부 인사들의 비리로 얼룩지면서 지금은 중단 된 상태다.

연구개발비가 풍부한 편이지만, 여전히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도 연구과제의 선정을 위한 평가체계는 어느 정도 공정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가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 문제는 연구과제의 결과평가와 후속관리가 미진하다는 점이다.

후속관리가 미진하면, 연구과제를 우선 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진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연구과제 제안서에 거품이 포함된다. 부풀려지고 화려하게 포장 된 제안서를 제출하고 인맥을 동원하는 등 과제의 선정에 집중하고는, 정작 연구과제는 그 내용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국가 연구개발비의 후속관리에도 민간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Plan-Do-See (계획-수행-평가)의 관점에서 예산의 사용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과 연계된 국가의 연구비는 더욱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한다. 대학들이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정부로부터 큰 액수의 교육사업비를 받고는, 사업비가 지원되는 동안만 학과를 운영하고 정부의 사업이 종료 된 후 학과를 폐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새롭게 시도하는 학문 분야가 모두 성공 할 수는 없겠으나, 본말이 전도되어 학과 신설을 연구비 확보의 도구로 인식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학과의 신설과 폐지 여부는 학생들의 입시 지원 상황, 산업계의 취업 수요, 해당 분야에서 교육 및 연구개발비 예산의 확보, 학문의 발전 방향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원래의 취지일 것이다.

부적절하게 진행되는 신설 학과의 폐지에 대한 피해는 세금을 낸 국민들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지난 5년간 (2008년~2013년) 수행되었던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World Class University) 육성사업을 통해 8천억원이 넘는 정부예산이 투입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34개의 학과가 신설되었으나, 지금은 몇 몇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확인 한 비공식 통계이지만, 이미 4개의 학과들이 2015년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모집을 중단했다.

이러한 와중에 KAIST에서도 170억원의 WCU 사업비를 투입하여 설립하였고, 배출되는 졸업생들이 산업체에 취업하고 있으며, 박사급 졸업생들을 통해 학문적 성과도 나오기 시작한 신설 학과를 없애겠다고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해양시스템공학과는 해양 선진국을 목표로 신설되어, 세계 1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해양 산업계의 지원도 탄탄하며,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목표로 학과를 신설하고 발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학과 구성원들의 동의도 없이, 그리고 학교 내의 이성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학과 폐지가 진행되면서, 관련 학계와 산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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