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목원대 전 총장 |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지금까지 자신이 보살펴주고 평생 함께 생활할 것이라 믿었던 가족이나 후배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때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살고 저렇게 피 터지는 싸움들을 하는지? 왜 사람들은 저렇게까지 남의 이름을 앞세워 투쟁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 국민을 위하고 남아 있는 유가족을 위해 자신들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이 정의감에 사로 잡혀 투쟁하는 것일까?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발생한 큼직한 사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짙게 더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근 5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 곳곳에 갈등을 야기시키다 마침내는 유가족 대표가 대리기사를 폭행하여 사회 문제가 된 세월호 사건, 이 사건의 책임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사람들. 이들이 말하는 데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군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행ㆍ자살사건, 이 사건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도 다양하다. 군대의 기강이 무너져 발생한 사건이라면 군대의 기강을 바로 잡을 대책들을 마련해야지 땜빵식 임시방편의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면 유사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운이 없어 그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다가 날벼락을 맞은 사람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생활했었던 부대를 떠남으로 아까운 고급장교들을 잃어 버려야 했다. 그 뿐인가 이름 석자를 대면 한국인이라면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딸보다 어린 손녀같은 아이에게 추한 손놀림을 놀렸다가 사회의 비난을 받는 등 우리사회는 누가 봐도 도덕이나 윤리가 무너진 상태에서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큰소리 치면서 활보하는 도덕 불감증 사회인 것이다.
필자는 이같은 현상을 보면서 모든 문제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남을 이용해 입신의 영달을 기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서산대사가 사명당에게 전한 말 한 마디를 떠 올렸다.
서산대사와 사명(四溟)당, 이 두 사람은 서산대사가 묘향산 원적암에서 주지로 생활하고 있을 때, 사명이 ?아가서 처음 만났다. 이때 사명의 나이는 32세로 웬만큼 도를 닦아 주지로 임명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사명은 주지직을 마다하고 당시의 고승 서산대사에게 정법을 묻기 위해 원적암으로 서산을 ?아갔다.
기골이 장대한 사명에게 서산은 이곳을 올 때 “어디로 왔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사명은 “옛길을 따라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서산은 이 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명에게 “옛길을 따르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거라”라고 처음 보는 사명에게 큰 소리로 교훈을 주셨다. 서산대사가 사명에게 준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 큰 교훈을 주는 말이다. 남의 말에 속아서, SNS로 남의 말을 퍼다 나르면서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으려고 하는 현상에서 남의 불행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산대사의 말씀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우리사회가 건전해 지고 각종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 고발 및 진정으로 재미를 보는 도덕불감증 사람들이 설자리를 잃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통념상 불의가 통용되는 사회는 결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없으며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절대다수 의 사람들이 그 당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옛길을 따라가더라도 나만이라도 그 길을 따라가지 말고 새 길을 만들어 갈 때, 그리고 이런 사람이 많아 질수록 우리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