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보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논단]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보상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14-10-09 13:39
  • 신문게재 2014-10-10 16면
  • 송은석 변호사송은석 변호사
요즘 군부대 내에서의 폭력으로 아들 가진 부모들이 군에 있는 자식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부모들은 성년의 아들도 이렇게 남들에게 폭행을 당할까 걱정인데, 미성년 자식을 둔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을까봐 하는 걱정이 얼마나 큰 지는 굳이 따져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폭력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피해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과 학교안전사고예방및보상에관한법률이 시행 중에 있고, 이러한 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학교 폭력이 상당 부분 통제되고, 피해자 구제가 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과연 학교 폭력을 당한 어린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을 얼마나 위로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의 소송을 맡아 보면 “우리 아이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큰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 약하고, 가해 학생의 부모는 피해 보상은커녕 법대로 하라고 한다”라고 하면서 억울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해야 하겠다고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가해자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를 받아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 폭력으로 인해 크게 다친 경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적 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우, 가해 학생을 피하기 위해 피해 학생이 오히려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에는 단순한 사과만으로 피해 학생이나 그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이 다 이루어졌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나 그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금전으로 환산하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교안전사고예방및보상에관한법률에 근거하여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보상이 이루어지는 내역을 보면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장의비를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어디를 봐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보상내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회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을 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보상 체계를 갖고는 있기는 하지만 실비 보상적인 측면의 보상만 있고,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은 제외되어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으로 사건을 들고 가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란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소송을 해 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위자료 금액 산정으로 귀결되는데, 미국과 같이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는 법체계에서는 위자료 산정에 있어 상당한 금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 법체계에서 법원의 위자료 인정 금액은 피해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소를 참지 못할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법원의 판결들이 학교 폭력의 기준은 가해 학생이 장난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 학생이 폭력으로 느낀다면 학교 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처럼 법원도 피해 학생의 감정과 정신적 고통을 헤아려 충분한 정신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위자료 산정에 새로운 기준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정신적 보상에 대해서까지 학교 법인이나 학교를 설치한 기관이 상당한 책임을 지려는 의식 제고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의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되는데, 이런 경우 관리 감독의 최종 책임자인 학교 법인이나 학교를 설치한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피해 학생의 정신적인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