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폭력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피해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과 학교안전사고예방및보상에관한법률이 시행 중에 있고, 이러한 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학교 폭력이 상당 부분 통제되고, 피해자 구제가 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과연 학교 폭력을 당한 어린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을 얼마나 위로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의 소송을 맡아 보면 “우리 아이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큰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너무 약하고, 가해 학생의 부모는 피해 보상은커녕 법대로 하라고 한다”라고 하면서 억울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해야 하겠다고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가해자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를 받아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 폭력으로 인해 크게 다친 경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적 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우, 가해 학생을 피하기 위해 피해 학생이 오히려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에는 단순한 사과만으로 피해 학생이나 그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이 다 이루어졌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나 그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금전으로 환산하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교안전사고예방및보상에관한법률에 근거하여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보상이 이루어지는 내역을 보면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장의비를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어디를 봐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보상내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교안전사고보상공제회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을 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보상 체계를 갖고는 있기는 하지만 실비 보상적인 측면의 보상만 있고,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은 제외되어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으로 사건을 들고 가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란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소송을 해 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위자료 금액 산정으로 귀결되는데, 미국과 같이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는 법체계에서는 위자료 산정에 있어 상당한 금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 법체계에서 법원의 위자료 인정 금액은 피해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소를 참지 못할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법원의 판결들이 학교 폭력의 기준은 가해 학생이 장난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 학생이 폭력으로 느낀다면 학교 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처럼 법원도 피해 학생의 감정과 정신적 고통을 헤아려 충분한 정신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위자료 산정에 새로운 기준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정신적 보상에 대해서까지 학교 법인이나 학교를 설치한 기관이 상당한 책임을 지려는 의식 제고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의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되는데, 이런 경우 관리 감독의 최종 책임자인 학교 법인이나 학교를 설치한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피해 학생의 정신적인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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