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인터넷뿐 아니라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로 '썸타는 중'(사귀기 전 단계)나 '인간 비글'(성격이 나쁜), '츤데레'(겉은 차갑지만 속은 소심한) 같은 말이 써있곤 하는데 그때마다 상대방에게 무슨 말이냐 물어볼 수도 없어 가끔씩 본의아니게 딴 세상 사람같은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언어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만의 은어와 비속어뿐 아니라 20~30대층 청장년층 사이에서도 인터넷 신조어 등 국적 불명의 신조어가 남발되고 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메신저의 경우 모음을 뺀 'ㅇㅇ'(긍정의 대답), 'ㅇㅋ'(오케이)와 같은 말들은 아예 일상어가 돼버렸다.
여기에 '노잼'(No+재미=재미없다), '관종'(관심받고 싶은 종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존잘(엄청 잘생겼다), '심쿵'(깜짝 놀라다) 등 수백 가지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신조어들이 청소년들 사이에 비속어 등 언어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청소년 언어실태·언어의식 조사'를 한 결과 초·중·고 재학생 95%가 일상생활 대화 속에서 신조어와 욕설을 섞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제56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과 교육전문직 1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언어사용 관련 교원 인식 조사에서도 10명중 6명은 거의 매일 학생들의 비속어나 은어를 들으며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언어 파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더욱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기획2부 처장)는 “공공 기관에서조차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등 전세계적으로 고유한 문자를 갖고 있으면서 우리나라처럼 외래어를 많이 쓰는 나라가 없다”며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하기보다 언어를 축약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공적인 언어의 공간에서 신조어나 은어, 축약어를 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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