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2000년대 초반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이후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00년대 우리나라 경제의 비교적 빠른 성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이른 회복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인접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예상보다 더디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가공무역지로서 활용돼 왔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50% 이상이 가공무역이다. 중국은 중간재, 자본재를 들여와 값싼 노동력으로 이를 가공해 미국이나 유로지역 등으로 수출하는 세계 공장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세계 수출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간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러한 상관관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부진이 두드러지지만 중국의 대세계 수출은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해 소재, 부품 등 중간재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중국의 IT,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대체가 확대돼 중간재 자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이 2002년 45%에서 지난해 69%로 높아졌으며 디스플레이 패널 자급률도 2011년 1%에서 올해에는 30%까지 급등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패널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100%를 상회했으나 이후 10% 정도로 낮아지더니 올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석유제품의 대중국 수출도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고, 석유화학 제품 역시 6.1% 감소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가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면 현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하는 한국과 중국간 분업구조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 정부는 수출위주 성장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소비 등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내수시장용 수입 비중은 2007년 50%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60%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에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수출용 중간재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독일은 전체 대중국 수출 가운데 85%, 미국은 70%, 일본도 55% 정도가 중국 내수용 수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전체 대중 수출 가운데 내수시장용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중국의 기조적인 성장세 둔화와 중간재 자급률 상승 그리고 내수확대 정책 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중국 수출 경로를 통한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간재, 자본재 수출을 범용제품보다는 중국보다 앞선 고부가, 고기술제품 위주로 전환해 나가면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가공무역 중심지로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흥시장 개척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겠다. 중산층 구매력 증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소비시장을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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