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 |
통계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신규 창업자의 수가 100만에 이르며 이들의 평균 창업비용은 7200만원이라니 연간 72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창업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창업자들 대부분이 상표권 등록을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노리고 마구잡이식으로 상표를 등록받는 상표브로커의 기승으로 인해 이들은 초기 창업 단계에서 자칫 폐업의 위기에 놓이기 십상이다.
상표브로커는 이제 막 유명해진 상표, 연예인 명칭, 맛집으로 알려진 상호 등 상표로서 가치 있는 것 중 등록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 마구잡이로 등록받은 후 사용료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최근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식당 '열정감자'가 상표브로커로 인해 상호를 바꾸고 간판을 전부 교체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이슈화된 바 있다.
사실, 이러한 상표브로커는 우리 상표법이 채택하고 있는 상표 선등록주의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선등록주의란 상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출원한 쪽에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제도의 안정적 운영이란 장점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물론 특허청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첫째, 가게 간판 등에 상호로 사용해오던 명칭은 타인이 나중에 상표로 등록해도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갖게 됐다. 따라서 상표브로커 등이 상표권 침해 등을 주장해도 걱정 없이 자신의 상호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
다만, 업종이나 지점을 확장하는 경우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사용하고 있는 상호를 하루라도 빨리 상표로 등록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출원 상표가 부당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상표를 모방한 것은 아닌지 심사관의 인터넷 검색, 사용실태조사 등을 강화하여 엄격한 심사를 시행하고 있다.
셋째, 아직 사용되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상표라 하더라도 동업자·종업원·공모전 심사위원 등 일정한 거래관계가 있던 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선점할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게 됐다.
지금 당장 상표브로커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면, 특허청 홈페이지의 '상표브로커 피해신고 센터'를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특허청은 피해신고 센터를 통해 상표브로커가 발송한 경고장, 합의금 요구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방지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특허청은 앞으로도 상표브로커 근절 정책을 추진하여 정성과 노력이 깃든 상표가 부당하게 탈취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상표출원인 역시 상표를 출원하기 전 마음속 정직이라는 두글자를 새겨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관행 하나가 정상화되길 기대해 본다.
박성준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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