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가장 소극적인 개념의 평화부터 모두가 생각하고 바라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개념까지 끌어안는다. 또한 평화라고 말할 때, 평화의 상을 그려보라고 하면 하나의 가치나 개념으로 통일하기보다는 개별적이고 느슨한 가운데 상호 배려와 존중으로 네트워킹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평화여성회의 모든 활동의 바탕에는 이런 평화철학이 깔려 있다.
좋은마을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이달 둘째 주부터 진행하고 있는 '원도심은 평화스타일'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되었다. 평화 가치를 일상에 풀어낸 뒤 다시 적극적으로 내 삶에 '내면 활동'(inner work)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평화를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고정되고 확정된 것을 믿고 따르거나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시키는 것을 멀리한다.
지금까지 검증되고 익숙한 것들과 분리되고, 흔들고 통합하는 과정이 평화교육의 방향이고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각 강좌마다 참여자들은 평화그릇에 자기를 일단 담아놓고 꼼꼼히 살펴보는 활동으로 강좌를 꾸렸다.
첫 강좌는 우리가 쓰는 언어의 패턴을 점검하고 긍정과 희망의 언어로 말하고 듣는 연습 시간이었다. “상대적 관계로 얽혀서 부단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고정하고 축적하는 기능을 하는 언어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노자의 불언지교(不言之敎)나 고정의 언어를 지양하고 과정의 언어로 말하자는 비폭력대화를 기반으로 어떤 존재나 가치를 일정한 의미로 규정하는 언어 습관(판단, 해석, 비교, 부정 등)에서 긍정과 희망을 담은 언어로 나와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두번째 강좌는 '그림 인생수업'이란 제목처럼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특히 고흐와 프리다 칼로가 그린 자화상 중심으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면서 자기인식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통찰하는 능력이야 말로 세계인식의 출발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길 바랐다.
무거운 돌멩이를 차곡차곡 쌓은 뒤 그 위에 자갈을 얹고, 그 위에 다시 작은 모래들로 빈 공간을 채워 무게중심이 뚜렷해지는 평화건설에 대한 은유가 참여자들의 마음에 각인되길 고대했다. 다음 주부터 세번째 강좌를 포함한 네 번의 강좌가 아직 미개봉 상태로 남아있다. 삶을 돌아보는 성찰 글쓰기, 몸과 자연을 살리는 소비생활과 공유경제 등 평화강좌가 준비되어 있다. 각 강좌마다 강사들이 얘기하는 소재는 다르지만 모두 평화로운 삶에 대한 주제의 변주일 뿐이다.
평화의 잣대로 보면 정확하다. 인권도, 경제도, 외교도, 통일도 사람과 자연의 평화로운 삶을 가능케 한다면 참이고 정의다. 그런데 평화의 잣대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자기 안에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찾으러 다니지 말고 내가 평화가 되는 작업이 선행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갈등들을 평화롭게 풀어 가리라는 믿음이 있다.
구구단을 외우는 시간이 지루해도 구구단을 모르면 일상의 셈법조차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원도심은 평화스타일' 강좌는 이렇게 스스로 평화 잣대가 되어 평화의 셈법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누구나 평화의 마을에 오시는 것을 환영한다. 만약 화요일 오전 평화여성회 교육실 '아름드리'에 오신다면 이런 글귀가 제일 먼저 당신을 반길 것이다. '화평한 맘 하나 먹고 사는 것, 세상을 위한 큰 공헌.'
원도심 평화마을에서 만나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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