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족산성 집수지. |
내가 사는 대전 지역에만 산성이 40여 곳이 넘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이 그만큼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지형 지세인데다가 삼국시대의 국경 지대로 수많은 산성이 실재하는 '산성의 도시'가 바로 대전인 것이다.
그리고 계족산과 식장산을 잇는 능선을 따라서만 약 30여기의 크고 작은 산성들이 분포하고 있다고 하니 내가 사는 계족산성 자락은 단연 돋보이는 곳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계족산성의 서쪽으로는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전초기지로 보이는 이현동 산성과 장동산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산의 능선을 따라 질현성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백제가 망한 직후에도 백제 부흥군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어 신라의 대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수 천 명의 희생 끝에 함락되고 만, 백제 민초들의 넋이 깃들어 있는 곳이며, 조선 말기에는 동학 농민군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도 복원이 계속되고 있는 계족산성은 얼마 전에는 산성 아래쪽에 국내에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집수지가 새롭게 복원됐다. 산성 내 우물에서 넘쳐흐른 물과 빗물을 모아서 군사들이 마실 물과 방화수로 사용하고, 홍수 때는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속도를 줄여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쌓았다는 집수지는 처음 세울 때 사용하던 유물들이 들어가 있어 산성의 내력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고고학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계족산성은 대전의 40여개 산성 중 문화재로 지정된 24곳의 산성 중 유일하게 국가 사적 제355호로 지정, 보호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사적과 지역 기념물로 등록 관리되지 않은 다른 산성들에 대한 관심과 고증도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발굴 및 복원 역시긴 안목을 갖고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성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동안 알게 된 산성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성곽의 나라, 산성의 도시에 사는 시민으로서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윤정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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