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최근 몇몇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현실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 못지않게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그런 못된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꼭 나쁜 사람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관계에는 여러 요인과 상황이 얽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이 힘들어지기 쉽다. 이럴 때 우리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또한 인간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은 좋은 인간관계가 돈이나 성공, 명예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에 비해 더 장수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살도록 디자인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가족과 친구는 인간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이다. 인류가 대를 이어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와의 친밀한 유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도시에서 전통적인 가족과 친척으로 이루어진 끈끈한 유대 관계는 점점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2013년 대전의 사회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의 1인 가구 비율은 25.3%로 전국 평균에 비해 1.4%가 높으며 7대 특ㆍ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11년 대전의 '나홀로' 가구 수가 4인 가구 수를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선화동, 대흥동 등 원도심 지역에 소위 원룸이나 투룸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구 추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점차 약화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도시에서의 생활은 개인주의화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더 많은 생활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정신적 유대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는 더욱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SNS의 확산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가능해지다 보니 아는 사람들의 숫자가 능력과 성공의 척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행복과 관련된 것은 아는 사람 숫자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친밀도와 유대감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직장이나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주로 교류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오래 알고 지내도 진정한 우정을 쌓기가 힘들다. 그러다 은퇴라도 하면 정말 고립된 섬이 되기 쉽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친구를 더 잘 사귀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여자들은 남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관심을 보이고 자신을 개방하는 사적인 관계 맺기를 더 잘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대인들에게 친구의 존재는 더욱 소중한데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연히 얻어지는 행운처럼 생기는 우정은 많지 않다. 우정을 얻기 위해 우리는 변해야 하고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행복을 얻기 힘들다. 행복한 사람일수록 누군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먼저 말을 걸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좋은 친구가 되어 보려고 하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를 가질 수 있다. 감정을 교환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서 우정을 가꾸려 노력하자. 우정은 일종의 사회적자본이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진정한 우정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활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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