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친구가 필요한 세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론]친구가 필요한 세상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승인 2014-09-24 14:01
  • 신문게재 2014-09-25 17면
  •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가끔씩 잠깐잠깐 보게 되는 TV드라마에는 한결같이 남을 괴롭히는 못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토리를 전개하고 갈등을 조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장치임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주인공에게는 외로움이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데 힘이 되는 좋은 친구가 있다.

최근 몇몇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현실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 못지않게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그런 못된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꼭 나쁜 사람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관계에는 여러 요인과 상황이 얽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이 힘들어지기 쉽다. 이럴 때 우리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또한 인간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은 좋은 인간관계가 돈이나 성공, 명예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에 비해 더 장수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살도록 디자인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가족과 친구는 인간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이다. 인류가 대를 이어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와의 친밀한 유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도시에서 전통적인 가족과 친척으로 이루어진 끈끈한 유대 관계는 점점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2013년 대전의 사회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의 1인 가구 비율은 25.3%로 전국 평균에 비해 1.4%가 높으며 7대 특ㆍ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11년 대전의 '나홀로' 가구 수가 4인 가구 수를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선화동, 대흥동 등 원도심 지역에 소위 원룸이나 투룸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구 추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점차 약화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도시에서의 생활은 개인주의화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더 많은 생활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정신적 유대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는 더욱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SNS의 확산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가능해지다 보니 아는 사람들의 숫자가 능력과 성공의 척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행복과 관련된 것은 아는 사람 숫자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친밀도와 유대감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직장이나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주로 교류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오래 알고 지내도 진정한 우정을 쌓기가 힘들다. 그러다 은퇴라도 하면 정말 고립된 섬이 되기 쉽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친구를 더 잘 사귀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여자들은 남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관심을 보이고 자신을 개방하는 사적인 관계 맺기를 더 잘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대인들에게 친구의 존재는 더욱 소중한데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연히 얻어지는 행운처럼 생기는 우정은 많지 않다. 우정을 얻기 위해 우리는 변해야 하고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행복을 얻기 힘들다. 행복한 사람일수록 누군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먼저 말을 걸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좋은 친구가 되어 보려고 하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를 가질 수 있다. 감정을 교환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서 우정을 가꾸려 노력하자. 우정은 일종의 사회적자본이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진정한 우정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활력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