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
각종 학교에서 이것을 어길 경우, 학교운영경비 감축과 일정 규모의 모집정지를 당하는 규제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법으로 인해 각종 선행학습이 규제를 받게 되었으니, 입학이 예정된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을 사실상 운영하는 행위나 해당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 학교시험과 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생들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한 경우, 입학이 예정된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을 사실상 운영한 경우와 해당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 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한 경우에 모두 제재를 받게 되었으며, 대학 등도 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ㆍ구술고사, 신체검사, 실기ㆍ실험고사 및 교직적성ㆍ인성검사 등 대학별고사를 실시할 때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한 경우에 역시 일정 규모의 모집을 정지 당하는 조치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법이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우선 이 법을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이 공교육에만 적용되고 사교육 업체에는 적용이 어려워 이들의 선행학습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원래 이 법이 2013년에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국회에서 발의될 때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뿐만 아니라 학원, 교습소, 그리고 개인과외교습자 등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시행령에는 이들 사교육에 대한 제재 부분이 빠져버림으로써 선행학습이 사교육에서 더 극성스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곧 공교육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법을 발의한 원래 취지와는 다른 길로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드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수능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3학년 말까지 진도를 나가는 것으로 하여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1학기까지 진도를 마치고 3학년 2학기에는 11월에 치르는 수능을 대비해서 문제풀이를 해주고 있는데, 이 법을 따를 경우 학생들에게 수능 대비 문제풀이를 해줄 수 없어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교육과정 편성에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 자공고 등은 자율성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에 대한 충분한 시수를 확보하고 있어 합법적으로 진도를 나가면서 수능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지만 일반고는 그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듯 이 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우려들을 불식시키는 방안들을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하여 시행해야 한다.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이 법만으로 공교육을 정상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 법을 통해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국어기본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하니, 이 법을 기점으로 해서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어,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우리 학생들이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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