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우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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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우산의 추억

홍석원ㆍ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 승인 2014-09-22 14:37
  • 신문게재 2014-09-23 17면
  • 홍석원ㆍ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홍석원ㆍ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우산 검정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동요 '우산'의 가사 내용으로 언제나 다정하고 정겨움을 자아낸다. 이 노랫소리를 들으면우산에 맺힌 서러움이 담긴 회한의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산은 생활 필수품으로서 우리는 그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에 따라 지금은 질 좋은 제품이 대량생산되고 가격도 저렴하여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필자의 유년시절엔 매우 값진 귀중품으로서 흔하지 않았다.

옛말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비로소 철들고 살아생전 불효한 것만 생각난다고 하였듯이 필자 역시 십여 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에게 지은 많고 많은 불효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이 초등학교시절 비오는 날 등굣길에 없는 우산 달라고 생떼를 쓴 철부지 투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리자 어머니께서는 비료포대 구멍 뚫은 걸 주면서 쓰고 가라고 하시기에, 철없는 아들은 창피해서 못 쓰고 간다고 우산 달라며 떼를 쓰니까, 어머니는 이웃집으로 빌리러도 다녀보다가 끝내 구하지 못하고 못난 아들을 설득하셨지만 어리석은 불효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우산에 관한 또 하나의 안쓰러운 사연은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날 일로써 그 날 아침엔 비가 안와서 아들은 우산을 안 가져갔고 하교시간에 갑자기 비가 오는데 아내는 더 먼 거리의 직장에 나가 있어서 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직장에 잠시 외출을 달고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학교에 가보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와서 자기 자녀들을 자가용 또는 우산을 씌워가고 있는데 저만치 어느 한 꼬마가 책가방을 머리에 쓰고 가는 모습이 보여 자세히 살피며 쫓아가 보니 예상대로 걱정하였던 아들 녀석이었다.

아들 녀석을 보는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가운데 이름을 부르니 뒤돌아보는 녀석의 모습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누구나의 상상대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의 미소는 지금도 아들 녀석과의 어릴 적 감동의 상봉장면 중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홍석원ㆍ충청지방우정청 괴산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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