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도 문화평론가 |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소득 양극화와 청년 실업이 일반화 되고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교육 불평등, 출생률 저하 등의 부정적인 사회 문제들이 심화 되고 있다. 문화를 논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경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20세기 말 이후로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환경들이 예술가들의 작품개념과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대중이 예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작품 창조를 위해 기존의 시스템에 도전하여 새로운 관점의 지평을 여는 예술가들의 혁신적인 시각이 21세기 개혁 경제 모델의 원형이 되기도 하고, 특히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문화적 가치들을 창출해내고 있다. 기계적 사회에서 기술적 사회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이 세계를 상상력을 가지고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포용성과 21세기 새로운 문화적 기반을 조성해줄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잠재성을 인간의 정서적 관점에서 종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창조'는 순수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행위를 일컫던 말이고, 예술작품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거나 예술작품 만큼의 심오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정교한 생산품들을 명품이라고 한다. 그러니 문화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창조경제는 문화적 기술이 깃든 명품을 생산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품 생산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최고의 수준으로 조합되어야 함은 물론 이에 더해 각각의 기술적 결과들이 서로 긴밀하게 녹아 들어가는 협업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이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을 성공하게 만든다. 기계적 경직성을 인간적인 정서로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인 결합장치(인터페이스)가 필요하고, 우리 삶의 본질을 포용하는 비전과 혜안이 녹아든 기술이 필요한 패러다임인 것이다. 그런 기술과 문화적 생산물들은 모든 인간이 언제나 본원적으로 그리워하는 본질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고 본질은 철학자 칸트의 “예술작품은 만족을 준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전 미술의 '원형'을 창조하는 작업을 이야기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전은 많은 예술적 인프라들을 가지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미술관들과 예술관련 시설들은 대전의 미술계가 충분히 이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들을 실현할 유니크한 프로젝트의 산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존의 지역적인 자산을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들로 확장시키는 것, 예술적인 활성화를 통해 경제적인 성공을 창출해 내는 것, 지속성 있는 대전의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내 운용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대전에서 이런 미래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미술관과 문화기관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술관은 다양한 기획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지역 작가들이 그들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창출해 내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관련 기관들은 문화적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단순히 보여주는 행사들이 아닌 문화적인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획이 있어야만 한다. 기획이 없는 전시,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예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업적인 문화는 시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할 뿐이다.
대전에서 교육받고 활동하며 대전을 대표하는 글로벌한 작가와 그에 걸맞은 예술의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하고, 21세기 적인 예술적 비전을 융합해내야 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문화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해지려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사성 프로젝트는 과감하게 지양해야만 한다. 본질은 문화이고 예술이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이런 것이 성공적일 때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진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지만 진실로 창조적인 사회를 만들어내려면 또한 시스템과 사람을 넘어서야만 한다. 원칙에 기반을 둔 파격은 창조의 첫걸음이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