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착한 규제'에 임하는 자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월요아침]'착한 규제'에 임하는 자세

허태정 유성구청장

  • 승인 2014-09-21 12:47
  • 신문게재 2014-09-22 16면
  • 허태정 유성구청장허태정 유성구청장
▲허태정 유성구청장
▲허태정 유성구청장
규제개혁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전체 등록규제 1만 5269건 가운데 경제규제 1만1000건을 대상으로 올해 10%, 현 정부 임기 내 최소 20% 폐지를 목표로 고삐를 죄고 있다. 또한 이달부터 모든 시설규제에 네거티브ㆍ일몰 원칙을 적용하고, 올해 등록규제의 30%, 오는 2017년까지 50%에 대해 일몰이 설정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규제개혁에 대해 불안과 회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왜일까?

이는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으나 별반 소득이 없었다는 회의감과 한편으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사회의 안정과 사회적약자의 보호막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우선 사회의 안전과 질서, 공존과 배려를 위한 착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물결에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오히려 더욱 강화하고, 보완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 구에서도 주민의 건강과 안전, 복지 분야는 보강을 해 관리와 운영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규제개혁은 무조건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해 사회경제 활동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또 규제완화는 기존규제와의 차별적 불이익 예측 및 대안을 제시, 공감을 형성하되 최소한의 범위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객관성ㆍ투명성ㆍ공정성을 원칙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럼 국민과 공직자들의 불신과 냉소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규제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규제개혁의 핵심은 공직자와 행정기관의 자기 성찰이라고 본다. 한때 정부가 민간의 감독자, 지휘자가 되어 사회 전체의 발전을 추동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는 눈부시게 변화 발전했고 아무리 강력하고 유능한 조직이라 해도 특정 조직이 다양하고 방대한 사회를 통제하거나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제 더 이상 정부는 민간의 지도자 역할을 할 만한 역량도 상황도 아님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민간부분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상호 지원하고 의논하며 협력해나가는 협치의 파트너로 받아들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기관은 민간의 믿음직한 동반자, 협력자, 지원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해 창의력과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규제개혁의 핵심이고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성구에서도 규제관련 자치법규에 대한 전면 검토를 통해 상위법과 불합리한 자치법규 32건을 찾아내 개정작업을 하고 있고 기존 등록규제 중 101건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등 52.4%를 감축했으며 현장의 규제 관련 어려움을 청취하고 관련 제도를 검토해 13건의 불합리한 법령에 대해 개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사실 자치단체 단위에서 법이나 제도 등 명문화된 규제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직자의 보신행정, 소극적ㆍ관행적 행정처리 등 구태 의연한 행정문화로 인한 소위 '그림자 규제'다. 공직자는 기본적으로 방어적 태도를 취하기 쉽다. 적극 행정을 통해 얻은 성과는 주민에게 돌아가지만 자칫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자기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구에서는 공직자 개개인이 규제의 집행자가 아니라 문제의 해결사로 인식을 전환하고 그에 걸 맞는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공직역량 강화와 의식개혁을 추구하는 한편,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ㆍ면제제도 활성화, 갈등관리를 위해 주관부서의 명확화, 작위에서 부작위쪽에 감사의 초점 이동, 성과중심의 평정제도 등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규제개혁은 행정문화가 통치에서 협치로, 권위주의에서 주민중심의 민주주의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법령이나 제도개선 없이 풀 수 있는 규제는 공직자의 사고와 일하는 방식변화로 충분하다. 이제부터 규제개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린 마음으로 주민의 애로, 고통, 불편을 내일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새로운 행정문화의 토양을 가꾸어 '착한 규제'를 만들어 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