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그러나 진정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책임을 다하며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죄이다. 그 마음의 죄에 대한 깨우침이 필요하다. 실수를 뉘우치는 사람은 용서해도 계획적으로 잘못을 번복하는 용서못할 일이 너무나 뻔뻔하게 많다. 미래에 대한 방관이나 무책임의 자세, 언변과 술수에 의존한 오만이나 왜곡의 자세,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계획이나 단말마적인 말세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망의 교육대에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과거의 우리가 대다수 그래왔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사회가 여러부분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이다. 흔히 어처구니없는 사람꼴을 볼 때 '상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문 앞의 일부터 나랏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정신 차리고 미래를 걱정하고 방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과제에 우리들은 직면해 있다.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연상되는 일들이 떠오를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을 회피하고 방관하고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다. 교육의 산물이 미래사회이다. 내가 존경하는 한 여성분이 들려준 얘기인데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는데 일본인 선생님 한 분이 한국인이라고 차별당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그 선생님한테 한번 들러달라는 연락이 와서 갔더니 60년 전에 교실에서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더라는 것이다.' 지면상 전말을 상술할 수 없지만 원망이 용서를 넘어 존경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이다.
얼마 전 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전화를 길게 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에게 가서 '문학관 주차장은 문학관 이용객이 사용해야 하니 차를 좀 빼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후 그 청년은 얼굴을 붉히며 나오더니 '이 주차장이 당신 것이냐?'로 시작해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쏟아 부었다.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당신 윗사람이 누구야? 그냥 안두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다반사이다. 공적 질서를 위협하는 사람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여긴다.
우선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에 안하무인지경이 되는 것이다. 공무가 방해당하기를 넘어서 능멸당하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 조심하라고 한다. '나이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 이×××야'하는 젊은이에게 도리란 것이 없듯이 세상 강한자들에게 도리는 막무가내 없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난날의 교육의 결과이다. 그것이 이 나라의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층이 보여준 사회적 현상이다.
'개 조심! 주인도 물렸음!!' 그리고 언젠가 자기가 기르는 개에게 물려 죽음당하는 주인도 있었다. 자기가 키운 자식에게 죽음당한 부모도 있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간신문이나 저녁뉴스가 시민을 교육시킨다. '내가 먹지 않는 밥이면 다된 밥에 재를 뿌려도 된다. 내일 알을 낳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늘 닭을 잡아 알을 있는대로만 꺼내어 나눠먹고 말자. 수박넝쿨이 다 짓밟아도 수박 한 통 따내면 그만이다. 완전범죄로 보험금만 타먹을 수 있다면 흉악한 일도 감행한다. 남을 해치는 놈이 될지라도 강한자식 키운다.
윤리관이나 도덕성은 나중일이고 시험에 합격하는 자식이면 된다. 법에만 걸려들지 않으면 기회주의자가 되어서라도 목적을 달성해라. 공공질서나 나라꼴이 무슨 상관이냐? 말만 잘하면 본심을 감추고 속일수도 있고 이길수도 있다.' 상식적 도리가 무너뜨려서는 안 될 정치ㆍ경제ㆍ사회질서의 마지노선이다. 인성교육은 삶의 기반가치를 만들어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오늘이 어렵더라도 내일은 바르고, 따뜻하고, 풍요롭게 보장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교육, 솔선수범하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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