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다문화 사회, 그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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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다문화 사회, 그 아름다운 동행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 승인 2014-09-16 14:00
  • 신문게재 2014-09-17 16면
  •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가을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다. 금강변 코스모스 행렬이 하늘거리며 가을을 노래하고 장수평 들녘이 황금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이제 칠갑산 기슭도 시나브로 가을빛으로 변해 가고 있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차창으로 스치는 가을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등교하는 1학년짜리 은숙이가 배꼽 인사를 한 후 달려온다. 아직 우리말 발음이 시원찮지만, 잔정이 밴 인사말이다. 단정한 양 갈래 머리에 나비 머리핀을 꽂은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늘 살가운 인사를 건네는 은숙이의 모습이 그저 대견스럽다.

매일 아침 은숙이와의 반가운 만남이 행복한 일상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은숙이는 아버지가 이혼 후 재혼한 부모에게서 출생한 아이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다문화 가정 자녀인 은숙이는 아버지가 쉰을 넘어 낳은 '쉰둥이'로 무남독녀이다. 부모는 은숙이가 다문화 가정 자녀인지라 항상 물가에 아이를 내어놓은 것처럼 늘 안쓰럽고 걱정이지만, 은숙이 자신은 늘 해맑고 순진하며 당당하기만하다.

수업 등 각종 교육활동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장래의 꿈이 가수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노래도 곧잘 부르며 글쓰기, 그림그리기, 바이올린 연주 등에도 소질과 재주를 보여 기대되고 있다. 은숙이 부모는 부부의 연령차가 스물다섯 살이나 되고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결혼 초기 갈등과 혼란이 많았다. 특히 은숙이 어머니가 한동안 고향에 대한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려 부부가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연령 차이, 문화 차이, 언어 장벽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구순(九旬) 시아버지를 모시고 시골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꽃다운 스무 살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역만리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어서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과 구성원들에게 더욱더 배려와 보살핌이 돈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다문화 사회는 보편화하였고 다문화 교육은 바로 교육의 화두가 됐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제 학교와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다문화 가정 자녀, 외국인들을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귀화자, 유학생, 북한 이탈 주민 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외국인 체류자수가 150만 명을 돌파했으며 결혼 이민자도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 100명 가운데 3명꼴로 외국인인 셈이다. 세계화 시대 지구촌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성장배경과 문화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공감, 소통, 배려, 협동 등 사회적 통합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포용해 함께 가는 공존의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다문화 사회와 다문화 교육의 기초 기본은 배려와 다양성 존중이다. 다문화의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인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교육은 모두 어울려 함께 가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그 바탕에 교원들의 사랑이 오롯이 자리 잡아야 한다. 다양한 문화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다리는 사랑이다.

자연은 수많은 수목들이 어울려서 조화를 이룬다.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풀, 나무,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금수강산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우리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다문화 구성원들이 손을 잡고 문화의 벽을 넘어 하나가 돼 서로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숨은 꿈과 끼를 살려 무지갯빛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다 함께 보듬어 줘야 한다. 세월이 많이 흐른 먼 훗날, 은숙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대한민국의 주류로서 이 땅에서 한 점 구김살 없이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소망한다.

올해 '배움터지킴이'로 임용된 어머니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하교하는 은숙이의 뒷모습이 대견스럽다. 정겨운 두 모녀의 어깨 뒤로 따사로운 초가을 저녁 햇살이 내려앉고 있다. 손을 흔들며 차에 오르는 은숙이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또 내일 아침이면 은숙이가 해맑은 모습으로 아침 인사를 건넬 것이다. 근래 교단이 힘들고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모름지기 교육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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