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 1세대인 몽골 국적 제벤(44)씨를 통해 낮선 이국땅에서 문화도 언어도 생소한 결혼 이주여성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추석은 어떠한 의미인지 들어봤다.
-다문화 가정 1세대로 한국생활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나.
▲지금은 다문화 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해 외국인력 지원센터 등 상황과 사례에 따라 도움을 받을 곳이 많이 있지만 한국에 처음 온 10년 전만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이 전무해 스스로 공부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 고유의 명절 문화가 낯설지는 않았나.
▲몽골에도 여름에 펼쳐지는 나담 축제와 한국과 같은 설날이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다. 이때는 부모님이나 친척, 친구들 집에 방문해 음식을 나눠 먹고 덕담을 나누는 등 기본적으로 한국의 명절과 큰 차이는 없다.
-한국에서 추석 등 명절을 지내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외국인이 아니라 모든 한국의 며느리라면 겪는 고민일 것이다. 차례음식을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다. 만들어야 하는 음식도 많고 준비과정서 부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결혼 이주 여성이다보니 추석을 준비하고 보내는 것이 특별 할 것 같다. 한국가정과 준비하는데 차이가 있나.
▲외국인 며느리라고 해서 한국 가정과 다르게 지내지는 않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상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한다. 특히 집안의 맏며느리다 보니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모두 나의 몫이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추석은 어떠한가.
▲아무래도 시골에서 거주하고 있다 보니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된다. 평소엔 조용하기만한 도시가 명절이 다가올수록 활기차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생동감과 기대감을 볼 수 도시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색다른 기분이다.
-추석 명절을 보며 아쉬운 점은 없나.
▲한국의 명절이 점차 형식적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도 밤새 나누고 함께 음식도 나눠 먹으며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나눴으면 좋겠지만 시간에 쫓겨 가족끼리 오랜 시간 함께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명절 때면 고향 생각이 더 나지는 않나.
▲당연히 명절이면 고향이 더 그립다. 보동 연휴 마지막 날 몽골에서 이주한 가족들끼리 한 집에 모여서 몽골 전통 음식을 나눠먹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한다.
한편, 제벤 씨는 지난 2003년 몽골에서 사업을 하던 시동생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외국인력지원센터서 외국인을 위한 일자리 소개와 근로자상담을 하고 있으며 몽골어 통번역, 천안지역에 위치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몽골의 문화를 알리는 다문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승미 명예기자(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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