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한밭문화제가 사라지면서 가장 큰 부작용은 대전을 상징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단과 지역 문화인물을 발굴해 내는 연구 활동의 중단을 손꼽을 수 있다.<본보 9월12일 1면ㆍ15일 2면>
지역 문화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멈췄고, 지역 예술인들이 통합을 통해 대전 상징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지역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급격하게 늘어난 공연ㆍ예술관련 시설들로 대전지역 어느곳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공연과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다.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 웨어다. 과거 1993년 엑스포 당시 만들어진 '한밭성세'라는 총체극은 대전을 상징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엑스포 대전의 날 행사에 선보이면서 이례적으로 '앙코르 공연'을 받았던 한밭성세는 대전극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이후 한밭성세를 재연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한밭문화제를 특성화하려는 시도에서였다.
1999년 열린 제17회 한밭문화제에서 노경식 작가의 '천년의 바람'을 연출가 채윤일씨가 맡아 대전의 중견 연극인 56명과 도완석, 진규태 등 스태프진도 18명이 참여해 공연을 가졌다.
이듬해에는 재정비를 통해 '대전이여 영원하라'는 작품을 올렸다. 이 역시 중견 연극인들과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무용단, 연정국악원, 시립청소년 합창단까지 참여하며 대규모로 공연이 올려졌다.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작품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는 한ㆍ중ㆍ일 합동 창작 뮤직드라마 실크로드가 대형 공연물로 제작됐다. 대전시립예술단이 제작한 이 작품은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 문화를 첨단 영상기법과 연출기법으로 표현해 과학도시 대전의 역량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밭문화제라는 이름 속에서 대전을 상징하는 공연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한밭문화제가 사라지면서 지역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대전의 대표 공연을 만드는 작업도 중단된 것이다.
한밭문화제 속에는 지역 문화인물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세미나 등도 열렸다. 세미나를 통해 지역의 문화인물을 발굴하고 인물의 업적을 돌이키는 작업들이 진행됐지만, 이 또한 중단된 상태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한밭문화제가 단점도 많았고, 문제점도 많았지만, 순기능적인 측면을 본다면 대전의 문화와 과학을 융합하려는 시도와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라며 “지역의 특색을 강조하고 지역을 드러낼 수 있는 색깔있는 축제였던 만큼 순기능을 살려 업그레이드 된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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