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리들의 의식에 비추어 볼 때에는 범죄행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귀한 생명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크나큰 죄악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다른 종교적인 관점에서도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 뿐 자살자의 자살행위를 범죄로 보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였으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러나 예전에는 자살은 큰 죄로 여겼고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1991년까지, 아일랜드에서는 1993년까지도 자살은 범죄행위였던 것이다.
자살을 처벌했던 것은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살한 사람들에 대하여 보통 죽은 사람들과 함께 묻지 않고 손목을 절단하여 시외곽에 따로 무덤을 만들어 묻었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자살에 대하여 처벌하지 않았는데 (로마에서는 자살자에 대한 처벌은 자살자의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는 것이었다.) “병이나 고통을 참지 못하여, 생활에 염증이 나서, 미쳐서, 혹은 치욕을 당할까봐” 등등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도 있으면 자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면해졌던 것이다.
따라서 정말 '아무런 이유가 없이' 자살한 자만이 처벌되었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그의 목숨을 아까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은 더더욱 아까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병사와 노예만은 처벌하였는데 병사는 국가의 소유이며 노예는 주인의 소유이므로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히 기독교 신앙의 영향 하에 서양에서는 자살은 중범죄로서 잔인하게 다스려졌다. 자살자의 혼이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복수를 할 것이라는 식의 미신이 만연하면서 자살한 자의 시신을 잔인하게 취급하였는가 하면 미수에 그친 자살자를 교수형에 처하는 일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근대에 이르러 자살은 자살자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지면서 법적인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특히 개인의 자유가 인정되면서 오히려 자살은 개인의 회복할 수 없는 병이나 정신분열이나 우울증의 원인으로 일어나는 개인의 정신질환과 같은 문제라고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이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표현을 할 때에 OECD국가에서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지만 이것은 정확한 통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결은 그다지 단순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나라의 경우 IMF 전에는 자살률이 비교적 낮은 나라였으나 IMF 직후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갑작스럽게 높아졌고 그 후 약간 낮아졌다가 2002년 이후 급격히 자살률이 상승하였으며 현재도 그 상승률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IMF 때보다 더 높은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여건이 그만큼 더 나쁜 상황으로 계속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바로 희망을 잃었을 때에, 삶의 의미가 없어졌을 때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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