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다양성 존중되는 다문화 사회를 꿈꾸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월요아침]다양성 존중되는 다문화 사회를 꿈꾸며

장종태 서구청장

  • 승인 2014-09-14 13:57
  • 신문게재 2014-09-15 16면
  • 장종태 서구청장장종태 서구청장
▲장종태 서구청장
▲장종태 서구청장
한때는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그 살색 피부였으므로 사람의 얼굴을 칠할 때는 당연히 살색 크레파스로 칠했다. 하지만 이제 살색은 없다. 인종차별적 용어로 2001년 처음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후 '연주황색'을 거쳐 2005년 '살구 색'이 되었다. 한국인의 특정 피부색만 살색인 것이 아니라 인종별 다양한 피부색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다양성 존중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60만 명에 달한다.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의 증가로 국내 거주자 100명 중 3명은 외국인 인 셈이다. 2030년이면 279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수많은 근로자가 가정을 이루고 결혼 이민이 급증하면서 다문화 가족은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정도가 지나면 다문화 가족 수는 2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해 전체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으며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 문제에 맞닿아있다. 세계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오르는 등 장기적으로 농촌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늦추고 급격한 저 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군대도 다문화 가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2010년부터 혼혈인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면 모두 병역 의무를 지도록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최근에는 다문화 자녀들도 군에 입대하고 있으며, 이미 다문화 가정 출신 군 간부도 배출됐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은 지난해까지 200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뒤면 약 1만여 명이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게 된다. 또, 부족한 농촌 일손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하며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15세에서 65세)가 총인구 대비 2015년에는 73%, 2050년에는 5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가능 인구를 늘이기 위해서도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크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며, 이들에 대한 배려도 아직은 부족하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낯선 환경과 문화, 언어 등 크고 작은 걸림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도 여전히 미숙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교육받아온 뿌리 깊은 단일민족사상과 가문과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다문화 현상은 굳이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다. 이를 받아들여 다문화 가족이 한국의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대전 서구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다문화 사회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 외국문화교실'을 운영해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해를 돕도록 각국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고 간단한 회화교육도 하고 있다. 서구에 거주하는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을 강사로 채용해 일자리도 제공하고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서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다문화가족통합교육, 생활상담, 가족지원 등 지역 실정에 맞는 특성화 사업을 발굴ㆍ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문화 가족이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이들의 역량이 다시 지역 사회의 발전으로 환원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와 지원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우리에게는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더욱 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던 '살구 색'이 시간을 들여 당연하게 자리 잡았듯이 이제 우리는 더욱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다문화 가족과 함께 보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