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서구청장 |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60만 명에 달한다.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의 증가로 국내 거주자 100명 중 3명은 외국인 인 셈이다. 2030년이면 279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수많은 근로자가 가정을 이루고 결혼 이민이 급증하면서 다문화 가족은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정도가 지나면 다문화 가족 수는 2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해 전체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으며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 문제에 맞닿아있다. 세계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오르는 등 장기적으로 농촌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늦추고 급격한 저 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군대도 다문화 가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2010년부터 혼혈인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면 모두 병역 의무를 지도록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최근에는 다문화 자녀들도 군에 입대하고 있으며, 이미 다문화 가정 출신 군 간부도 배출됐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은 지난해까지 200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뒤면 약 1만여 명이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게 된다. 또, 부족한 농촌 일손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하며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15세에서 65세)가 총인구 대비 2015년에는 73%, 2050년에는 5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가능 인구를 늘이기 위해서도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크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며, 이들에 대한 배려도 아직은 부족하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낯선 환경과 문화, 언어 등 크고 작은 걸림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도 여전히 미숙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교육받아온 뿌리 깊은 단일민족사상과 가문과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다문화 현상은 굳이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다. 이를 받아들여 다문화 가족이 한국의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대전 서구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다문화 사회 구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 외국문화교실'을 운영해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해를 돕도록 각국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고 간단한 회화교육도 하고 있다. 서구에 거주하는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을 강사로 채용해 일자리도 제공하고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서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다문화가족통합교육, 생활상담, 가족지원 등 지역 실정에 맞는 특성화 사업을 발굴ㆍ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문화 가족이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이들의 역량이 다시 지역 사회의 발전으로 환원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와 지원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우리에게는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더욱 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던 '살구 색'이 시간을 들여 당연하게 자리 잡았듯이 이제 우리는 더욱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다문화 가족과 함께 보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