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서구 괴곡동 괴곡교 아래 세월교. 지난달 '8월 장마'에 침수됐었다. |
대전의 하천관리는 1993년 대전엑스포를 치르면서 잘 정비되어 타 지자체보다 10년 앞선 모범사례가 되었고, 4대강 사업일환으로 대전천과 유등천을 정비하면서 돌보 형태의 징검다리 역시 대전천 17개를 비롯해 유등천 10개, 갑천 8개 등 총 35개에 이른다.
총 56개에 달하는 세월교와 징검다리가 금산지역이나 상류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국지성 폭우가 내리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잠수되어 흔적이 없어지거나 일부 침수된 상태에서 보행자들이 건너다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오후 유성구 봉명동 유림공원 앞 갑천 세월교를 건너던 60대 여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한 사고를 비롯해 2012년 8월13일 서구 버드내중학교 앞 세월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20대 남성이 물에 휩쓸려 숨지고 말았다.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다리에 이름이 없어 폭우 등으로 인한 통제와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현장출동에 지연을 초래하고 있고, 생활필수품이 된 네비게이션에도 등록되지 않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 한강의 잠수교가 통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 일반 시민들도 비 내린 양을 가늠할 수 있듯이 이제라도 대전의 세월교와 징검다리에 이름을 붙여 모든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시민(서구 둔산동)은 “대전천과 유등천이 합류되는 지점에 있는 서구 둔산3동 보라아파트 앞 세월교에 한강의 잠수교처럼 대전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주어 대전의 강우량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우량계(雨量計)'와 같은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의 담당자는 “다리 상판의 높이가 낮아서 물에 잠기는 저상교의 경우, 그동안 특별히 이름이 없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설계단계부터 '세월교' 혹은 일명 '무명교'라고 부르고 있다”며 “각각의 다리에 붙여진 이름이 없다보니 현장 관계자들도 관리에 어려움은 물론 혼선을 겪을 때가 있는 만큼, 각각의 세월교에 이름을 달아주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교((洗越橋)는 흘러가는 세월의 세월(歲月)이 아니라 하천물이 적을 때는 다리 밑 관로로 물이 흐르고, 하천물이 많을 때는 다리 위로 물이 넘쳐흐르는 잠수교 형태의 임시 다리를 뜻한다. '세월교'는 공식 행정용어가 아니며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사전' 서비스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물에 잠기는 다리'를 의미하는 관용적 표현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유길선 시민기자
▲대전시 서구 오동 소재 장전 세월교. 지난달 ‘8월 장마’에 침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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