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존중'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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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존중'을 가르치자

한기온 제일문화교육센터 이사장

  • 승인 2014-09-10 13:01
  • 신문게재 2014-09-11 16면
  • 한기온 제일문화교육센터 이사장한기온 제일문화교육센터 이사장
▲한기온 제일문화교육센터 이사장
▲한기온 제일문화교육센터 이사장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왕따당한 경험을 들을 때가 자주 있다. 최근 군대 내에서도 장기간 집단 따돌림으로 한 병사가 사망한 사건이 이슈가 돼서 군부가 군대 내 사병들 생활을 개선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직장에서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들 중 어떤 사람도 누군가를 무시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쉽게 왕따를 당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일지라도 왕따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릴 수도 없고 돌려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도당한 자가 강도당할 짓을 했으니까 강도를 당했다는 논리와 같다. 피해자는 위로받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지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피해자도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면 이런 가해자들에게 '사랑'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나중에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돌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따돌림의 양상을 크게 신체적 괴롭힘, 언어적 괴롭힘, 간접적 괴롭힘 등 3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남자는 신체적 괴롭힘을, 여자는 간접적 괴롭힘을 자주 사용하고 언어적 괴롭힘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친구라는 존재가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밀어내야 하는 경쟁자가 된 학교 환경에도 그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무엇보다 가정환경적인 원인에 있다.

'국민건강정보포털'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자녀를 따돌림 피해자로 만들기 쉬운 부모 유형으로, 유아기 및 아동기에 자녀에게 따뜻한 사랑의 표현을 잘 하지 않은 부모, 맞벌이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모가 직접 키우지 못하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자녀를 키운 부모(이 경우 자녀에게 일관성 있는 교육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혼 및 기타 문제 등으로 인해 결손가정을 이룬 부모, 자녀와 대화하기보다는 폭력을 많이 가해 자녀를 정서적으로 위축시킨 부모, 자녀가 해야 할 것을 부모가 대신 해주거나 자녀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다 해주는 등, 과잉보호를 한 부모(이 경우 자녀에게 공주병, 왕자병이 생기게 된다), 자녀의 행동에 대해 칭찬과 지지보다는 잔소리와 비난을 하는 부모, 자녀에게 친구와 어울리거나 단체생활을 권장하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는 부모, 잘못된 것을 보고도 무조건 피하라고 교육하는 부모, 형제를 차별하여 정서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부모, 강압적이고 부모의 의견만 주장하며,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무시하는 부모, 자녀의 적성과 특기를 고려치 않고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강요하는 부모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따돌림 가해자로 만들기 쉬운 부모 유형으로는, 자녀의 행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지 않고 방치하는 무관심한 부모, 자녀를 자신의 이익만 알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아이로 키운 부모, 자녀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사용하여 폭력성을 가르치는 부모,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부모, 자녀의 잘못을 타인 앞에서 무조건 감싸는 부모, 자녀에게 장점을 이야기하고 칭찬을 하기보다는 단점을 이야기하고 야단을 많이 치는 부모, 자녀와 이야기할 때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부모, 맞고 들어오거나 따돌림을 당했을 때 혼내면서 “너도 그렇게 해. 내가 책임질게”라고 하며 은연중에 폭력을 가르치는 부모, 자녀 앞에서 다른 사람의 허물이나 단점을 자주 이야기하는 부모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무관심하거나,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거나, 폭력적으로 양육한 것이 왕따 문제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어내고 학교부터 군대, 직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자녀를 진정으로 '존중'해주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기 위해 산다. 우리가 기르는 동식물마저도 그렇다. 사람이 가장 먼저 대인관계를 배우게 되는 곳은 가정이다. 우리는 자녀가 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삶을 침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녀를 존중해줘야 한다. 존중받으며 자란 사람이 남을 존중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는 '소유물'도 아니고 '짐'도 아니고 무조건 떠받들어야 할 '신'도 아니다. 오직 정중하게 존중받으며 사랑받으며 잘 길러내야 할 소중한 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존중받으며 자란 자녀들이 이 사회를 이루고 있을 때 이 사회는 타인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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